[문화 톡] 부부가 함께 일하는 행복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부부가 함께 일하는 행복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5-03-06 19:5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부가 함께 생업에 종사한다는 것. 그것도 젊은 부부가 아닌 노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인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남녀노소가 없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일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생업을 위해서 일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운동 삼아 일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부부관계가 좋고 행복한 커플일수록 상대방에게 자신이 이해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서로 다른 의견 차이가 있을 때에도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 등을 함께 나눌 수 있기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일수록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갈등을 극복해내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상과 조정을 잘 이끌어 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 필자가 본 행복한 부부의 모습.

c10935aab32b3aca1ea124f2dc7431bea4adbdea (1)
남편 이광환씨가 누수되는 곳을 찾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 보조해주는 아내 허선자 여사.
갈마동 갈마아파트 1단지에는 한마음 공원이 있다. 어린이들의 놀이터로도 활용되고 어른들의 운동기구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필자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오늘은 이게 웬 일? 한마음 공원에 마련된 공중 화장실 출입구를 막아놨던 것이다.

그리고 한켠에선 노 부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로 유입되어 들어가는 물이 누수가 돼 보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중화장실에는 남녀 화장실이 구분돼 있고, 세면대 한두 개, 대변기와 소변기가 여러 개 이상씩 기본으로 설치가 되어 있다 보니 각각의 수도 시설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L자 또는 T자 연결 부속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잘못된 시공, 부속 결함, 부속 노후화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화장실에 유입되는 수도관이나 빌라나라디에이터가 설치된 곳도 많기 때문에 난방 배관 누수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력 배관 누수는 공기압 탐지를 통해 각 배관의 누수 여부를 체크하고, 청음 탐지를 통해 누수 지점을 특정하여 최소 범위로 시공하는 방식으로 수리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화장실 실내 배관이 터진 것이 아니기에 실외 수도관을 찾아 점검하고 수리해야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74c8ca9af9e5a00957c74d8a56f10e83fddc595f
한마음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그런데 실외 배수관을 찾아 땅을 파던 남편이 힘들어하자 아내 되는 분이 근처 상가로 달려가 커피 한잔을 가지고 와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순간 '노부부가 함께 일하는 행복'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얼마나 행복한 모습일까?

남편이 누수되는 배관 찾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찾기 위해 땅을 파고, 배관을 교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심정이 어떠했겠으며, 힘든 일을 하면서도 아내가 곁에서 지켜주고 있기에 힘든 일이라도 함께하는 행복감에 젖은 남편의 심정은 또한 어떠했을까?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1. 재산은 먹고 살기에 조금 부족할 것

2. 외모는 다른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떨어질 것

3. 명예는 자신의 생각보다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할 것

4. 체력은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되 두 사람에게는 질 것

5. 말솜씨는 연설을 할 때 청중의 절반 정도가 박수를 치는 정도일 것

그러나 필자는 두 가지를 더 들고 싶다.

하나는 두 부부가 늙도록 함께 사는 것이요,

두 번째는 오늘 본 부부처럼 남편이 하는 힘든 일을 아내가 지켜보며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몇십 년 동안 함께 다니며 아파트나 건축물에 누수되는 곳을 찾아 수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설비배관공사, 용접공사, 가스시공업까지 하고 있고, 관공서에서도 이들 부부에게 일을 자주 맡긴다 했다.

일하는 모습을 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마음을 갖게해주는 부부.

이들 부부가 갈마동 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갈등 응급실 지키던 전문의 2명 '쓰러졌다'…대전 대학병원 의료진 건강 '빨간불'
  2. 대전형 라이즈 7일 공모예정… 지역대 특성화 살린 7+α 과제로 '도전장'
  3. 세종시 '야간 경관' 특화 현주소...행정수도 브랜딩 부재
  4. 충청권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 마무리…총 131명 확정
  5. 의대 학생들 수업거부 이틀째… 정부와 의료계 '동상이몽'
  1. [기고]벚꽃으로 보는 기후변화
  2. [사설] 방사청 '완전 이전' 차질 없어야 한다
  3. 늘봄학교 배제된 특수 순회교육 학생들, 과거 농산물꾸러미 사례에 희망
  4. [사설] '수도 명문화' 분권형 개헌안 주목한다
  5. 충남기계공고 '협약형 특성화고' 첫 신입생 204명 입학

헤드라인 뉴스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대전지역 학생 1600여 명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를 규탄한 대전3·8민주의거에서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지금껏 발견된 당시 사진을 봐도 진압봉을 치켜든 경찰들이 좁은 골목에서 시위 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듯한 모습, 학생들이 혼비백산 뛰어가는 장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정부가 인정한 3·8민주의거 부상자는 0명이다. 하지만 당시 동구 인동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둣발 폭행을 당한 송병준(82·대전고 41회) 옹의 그늘진 삶은 우리가 몰랐던 대전3·8민주의거 진압 과정의 폭력성을 말하고 있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충남 부여 무량사에 보존된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앞으로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도 이변이 없으면 오는 4월 10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놓았던 대형 불교 회화 작품으로 그 규모와 다양한 도상이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과거에는 '괘불탱'이라 불렸으나 최근 '괘불도'로 명칭이..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충남도가 보령시 섬 지역의 열악한 생활 물류 문제 해결을 위해 드론 배송서비스에 나선다. 도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 공모에서 '보령시 원산도와 오천항 거점을 활용한 도서지역 드론 배송' 과제가 선정돼 국비 4억 8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도와 보령시, 보령해양경찰 및 5개 드론기업 컨소시엄이 함께하며, 국비 4억 8000만 원을 비롯해 도비·시비 등 총사업비 7억 8000만 원을 투입한다. 사업 대상지는 원산도 거점 인근 장고도, 고대도, 삽시도, 소도, 효자도, 추도, 육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