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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소실됐다. /연합뉴스 |
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학교 310곳 중 급식실 주방 자동소화장치가 설치된 학교는 7곳(초등 2곳·고교 5곳)뿐이다. 의무설치가 아닌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저조한 설치율을 보이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2023년부터 자동소화장치 설치를 위해 지방교육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줄어든 예산으로 한계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도 없어 대전 전체학교에 설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주방 자동소화장치(소화장치)는 화재 발생 때 환풍기(후드) 내부에 고정된 소화약재를 자동으로 내뿜으며 초기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학교에 해당 장치와 스프링클러가 빠져있어 화재시 대응할 방법은 미흡하다.
앞서 2월 서울의 한 여고 급식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 자동소화장치 등 안전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는 2시간 20분 만에 꺼지면서 조리실과 식당 일부가 소실됐고 주차된 차량 11대 중 9대가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으로 안전설비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또 현행법상 이미 지어진 급식실에 대한 설치 규정도 없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 개정 후 2023년 12월 1일부터 적용된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판매시설 대규모점포 내 일반음식점과 학교 등이 포함된 집단급식소의 주방에 대한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상업용 주방소화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시행령은 급식실 신축 전 소방당국에 설치 확인을 받은 시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2023년 12월 이후 개교했더라도 소화장치를 의무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교육청은 올해 급식실 30곳에 현대화 사업(리모델링)과 환기 시설 개선을 추진하면서 소화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소화장치 설치에 필요한 예산은 평균 3000만 원인데, 주방 환풍기(후드)의 풍량과 풍속에 따라 소화약재 투입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식조리원들은 막상 화재가 발생할 땐 당황하게 된다며 소화장치 설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양희 대전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은 "근무 중 기름솥에 화재가 발생한 적 있는데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당황해 뒤늦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며 "급식종사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동소화장치는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환기 설비 개선을 202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고 여기에 자동소화장치 설치를 포함하려 한다"며 "소화장치 설치만 단독으로 한다면 예산은 물론 인력적으로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현대화사업이나 환기 설비 개선이 완료된 학교 60곳은 미완료 학교에 설치를 마무리한 후 2028~2029년께 추가 설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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