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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봄,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한꺼번에 끌려가 며칠 후 모두 사살됐다. 그때 단 한 소녀만이 살아 돌아왔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그녀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평생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 물으면 대답 대신 발작을 일으켰다. 제주 4·3 당시 희생된 수많은 어린 여성들과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성들. 70여 년, 어둠 속에 봉인됐던 목소리가 비로소 풀려 이 작품에 담겼다.
여성을 통해 제주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 '목소리들'은 4월 3일 개봉을 앞두고, 2월 22일 서울과 2월 26일 전주에 이어 세 번째 시사회를 7일 대전에서 개최한다. 대전 시사회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지혜원 감독과 김옥영 프로듀서가 참여하고,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관객과 영화 속에 담긴 제주 4·3사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나눈다.
이번 시사회를 함께 준비한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은 "대전은 제주4·3사건 관련자 300여 명이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해 제주4·3과 아픈 인연을 갖게 된 지역"이라며 "제주 4·3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지역에서 시사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사회가 3·여성의 날에 즈음해 열리는 것도 여성을 통해 제주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라는 이 영화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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