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미키 17' - 모순적 정치 우화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미키 17' - 모순적 정치 우화

  • 승인 2025-03-06 17:08
  • 신문게재 2025-03-07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305_143616093
영화 '미키 17' 포스터.
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되 우화적입니다. 권력자와 그의 아내가 새로운 세계를 향합니다. 피지배 계층의 사람을 억압하고, 마구잡이로 부립니다. 그러다 죽으면 복제 기술로 다시 살려냅니다. 그러면 되살아난 사람은 또 억압과 노동에 시달립니다. 이에 피지배 계층은 권력자에 저항합니다. 그리고 승리합니다. 복제 기술의 프린트를 파괴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나 순조롭고 낙관적이란 데 있습니다. 권력자의 간악함이 그리 간단할까요? 피지배 계층의 저항이 처절하고 끈질기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권력자의 횡포가 대단히 구조적이고 주도면밀하다는 데 있습니다. 외부 세계의 다른 생명체인 크리퍼와의 소통과 연대는 어찌 그리 순조로울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 가장 모순적인 것은 미키 18이 자폭에 가까운 희생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는 왜 죽었을까요? 미키 17의 생존이 권력자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는 극히 타당하지만, 미키 18의 희생과 관련해서는 명분이 없습니다. 여자 친구인 나르샤는 또한 어떻게 위대한 리더가 되었던가요? 미키 17을 저버리고 미키 18과 약물에 의존한 애정 행각을 벌인 일은 어떻게 극복한 걸까요? SF 기반의 우화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서사 구조가 너무나 헐겁고 모순적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부조리한 권력자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우화에 능했습니다. 힘 있고, 재치 있으며, 통렬한 주제 의식과 더불어 희극적 쾌감을 주는 것이 그의 영화가 지닌 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현실과 밀착한 우화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우화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특정 시대의 한국적 상황과 맞물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그를 대단한 좌파인 양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지향은 영화 안에서 우화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영화가 아무리 권력자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행해도 상업적 범주에서 취급된 것은 엄연히 사실입니다.

이 영화가 이전 작품들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와 더불어 할리우드의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도 작용합니다. 더불어 여전히 정치적 우화이지만 이야기를 통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영화적 매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아쉽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갈등 응급실 지키던 전문의 2명 '쓰러졌다'…대전 대학병원 의료진 건강 '빨간불'
  2. 대전형 라이즈 7일 공모예정… 지역대 특성화 살린 7+α 과제로 '도전장'
  3. 세종시 '야간 경관' 특화 현주소...행정수도 브랜딩 부재
  4. 충청권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 마무리…총 131명 확정
  5. 의대 학생들 수업거부 이틀째… 정부와 의료계 '동상이몽'
  1. [사설] 방사청 '완전 이전' 차질 없어야 한다
  2. [기고]벚꽃으로 보는 기후변화
  3. 늘봄학교 배제된 특수 순회교육 학생들, 과거 농산물꾸러미 사례에 희망
  4. [사설] '수도 명문화' 분권형 개헌안 주목한다
  5. 충남기계공고 '협약형 특성화고' 첫 신입생 204명 입학

헤드라인 뉴스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대전지역 학생 1600여 명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를 규탄한 대전3·8민주의거에서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지금껏 발견된 당시 사진을 봐도 진압봉을 치켜든 경찰들이 좁은 골목에서 시위 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듯한 모습, 학생들이 혼비백산 뛰어가는 장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정부가 인정한 3·8민주의거 부상자는 0명이다. 하지만 당시 동구 인동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둣발 폭행을 당한 송병준(82·대전고 41회) 옹의 그늘진 삶은 우리가 몰랐던 대전3·8민주의거 진압 과정의 폭력성을 말하고 있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충남 부여 무량사에 보존된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앞으로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도 이변이 없으면 오는 4월 10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놓았던 대형 불교 회화 작품으로 그 규모와 다양한 도상이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과거에는 '괘불탱'이라 불렸으나 최근 '괘불도'로 명칭이..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충남도가 보령시 섬 지역의 열악한 생활 물류 문제 해결을 위해 드론 배송서비스에 나선다. 도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 공모에서 '보령시 원산도와 오천항 거점을 활용한 도서지역 드론 배송' 과제가 선정돼 국비 4억 8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도와 보령시, 보령해양경찰 및 5개 드론기업 컨소시엄이 함께하며, 국비 4억 8000만 원을 비롯해 도비·시비 등 총사업비 7억 8000만 원을 투입한다. 사업 대상지는 원산도 거점 인근 장고도, 고대도, 삽시도, 소도, 효자도, 추도, 육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