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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벚꽃이 만개하면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가 진행되고, 사람들은 꽃잎이 떨어지기 전 그 짧은 봄의 찰나를 즐기기 위해 곳곳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그런데 최근 봄철 날씨 변화에 따라 벚꽃 개화 시기도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벚꽃축제를 주최하는 지자체 등은 축제 개최 시기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만발한 벚꽃을 기대하며 축제장을 찾은 상춘객들은 기대와 다른 풍경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고, 지금 기후변화의 모습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맞는지, 당장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양상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봄철 벚꽃 개화 시기에 관한 관측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대전광역시의 벚꽃 개화일은 3월 30일로 평년(1991∽2020년) 4월 4일 대비 5일 빨랐고, 최근 5년(2020∽2024년)의 개화 시기도 평년 대비 평균 9일 빨라졌다. 이렇게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이유는 봄철 평균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며, 이 같은 현상은 벚꽃뿐만 아니라 매화, 개나리 등 봄철을 대표하는 여러 꽃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봄은 어떤 모습일까?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고탄소 시나리오로 진행될 경우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는 것과 함께, 봄이 2월 10일에 시작되고 그 길이도 80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단순히 봄나들이 시기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가 아닌 기후변화의 신호이며, 기후변화에 대비하라는 지구의 메시지이자 경고일 수 있다. 우리가 이 경고를 간과한다면, 기후위기는 점점 위협적인 형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상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기후변화 이해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각 지방청에서는 지역민들 가까이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알리고자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서는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해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과학 교육을 운영 중이다. 교육은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한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동영상도 준비돼 있어 연령대에 따라 적합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콘테스트'를 개최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을 운영해 누구나 기상·기후과학에 대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홍성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한반도의 기후환경', '사람과 기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제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방문해 본다면 기후변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올해는 벚꽃이 지각하거나 서둘러 오지 않고 제때 피어나 모두가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봄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기상청에서는 매년 벚나무, 매화 등의 발아와 개화, 만발을 관측하고 전국 주요 벚꽃 군락 단지 13곳의 개화 현황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더 완벽한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따스한 봄날, 벚꽃잎이 흐드러진 거리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앞에 놓인 이 계절을 더욱 소중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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