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 젤런스키의 회담이 있었고,이 회담의 과정과 결과가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 회담의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구상은 파행되었고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알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회담의 결과로 공동선언도 없었고,만찬도 없었고, 젤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다.
국제정치에 정의는 없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고 힘이 없으면 비참하게 당할 뿐이다. 이 회담을 지켜보면서 과거의 대한민국의 역사가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이 상황을 잘 돌파해서 몇 십년 후에 대한민국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을까? 아니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찢겨서 회복 불가능한 나라로 전락할 것인가?
19세기 말 조선의 운명은, 아니 대한제국의 운명은, 국제정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결과 국권을 일본에 빼앗기는 불행을 당했다. 40년의 일제 식민지라는 치욕에서 겨우 벗어 났지만 그 때 잘려진 한반도의 허리는 아직도 잘려 있는 채 21세기를 맞이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협상으로 6,25 이후에 우리는 한미상호방호조약을 맺게 되었고 세계를 장악한 미국의 후원으로, 새우의 처지에서 벗어나 작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은 고래급이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능력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는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원하는 무기를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러시아는 우리에게 제발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말라는 협박 아닌 읍소를 당하는 상황에 와 있다.
회담중에 트럼프가 한 말이 가슴에 가시가 되어 아프게 한다. 귀하는 카드가 없어요. 맞는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제시할 매력적인 카드가 없다. 하나 있다면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을 상납해야 그나마 나라의 운명을 부지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슨 맘으로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을까?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젤런스키 대통령을 싫어한다. 젤런스키 대통령은 그걸 몰랐을까? 바이든 전 대통령처럼 잘 대해 주고 선물을 안겨 줄거라고 생각했을까? 젤런스키 대통령이 이 회담을 성공시켜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계획하려 했다면 몇 가지 준비할 게 있었다.
첫 번째는 양복을 입어야 했다. 둘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우크라이나를 살려달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세 번째는 대접을 제대로 받으려고 했으면 미국이 원하는 카드를 준비했어야 한다.
필자는 일본에서 8년을 살며 무역회사를 했다. 상품개발을 해서 일본에 팔려면 컨테이너로 실어가기 전에는 핸드캐리로 가져가야 한다. 많을 때는 혼자서 박스로 30개씩 비행기에 실어 가고는 했다.
일본세관에서 이걸 그냥 둘 리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일부러 생과일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는 오끼나와 공항에 도착해서 먼저 식물검역을 신청하고 통과도장을 받고는 그 박스를 맨위에 놓고 나간다. 그러면 세관에서 물어본다. 내용이 무어냐고. 그러면 쭉 설명을 한다. 수 백번을 그렇게 다녔는데 단 한번도 박스를 개봉 당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식물검역 때문이다. 나는 당신들의 룰을 준수하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 식물검역 도장이다.
비즈니스 상담에서 갑과 을을 구별하는 방법은 하나다. 상담 중에 전화를 받으면 갑이다. 을은 절대 그럴 수 없다. 을이 전화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갑이 오더를 하지 않는다. 굽히고 준비해야 하는 건 을이 하는 거다.
젤런스키 대통령의 실수는 본인이 갑이 아닌 을이라는걸 잊은 것이다. 양복을 갖추어 입고 트럼프가 화를 내면 무릎을 꿇고라도 우크라니아를 살려달라고 했어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당당하게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 대신에 예의는 잘, 그것도 아주 잘 지켜야한다.
정종한(통일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