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4- 짧은 연륜에도 맛집으로 소문난 청양 정여사고추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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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64- 짧은 연륜에도 맛집으로 소문난 청양 정여사고추장찌개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3-03 16:44
  • 신문게재 2025-03-04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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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여행은 산 좋고 공기 좋은 충남 청양으로 떠나기로 했다.

청양은 서울과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충남 청양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시골이지만 한 때 칠갑산이라는 국민가요로 유명해 진 칠갑산이 있는 곳으로 고추와 구기자로 유명한 곳이다.

청양에 가면 칠갑산자연휴양림에서 11㎞ 떨어진 칠갑산 산등성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깨끗한 수면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천장호가 있다.



천장호에는 2009년에 만들어진 총길이 20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은근한 스릴을 선사하는데, 30~40cm 흔들리게 설계됐다.

다리 중간 부분에 청양의 특산물 구기자와 청양고추의 고장답게 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시선을 끈다.

청양고추하면 대부분 아주 매운 고추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1968년 중앙종묘회사에서 청양에서 고추가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양군농촌지도소 소장에게 품종을 골라줄 것을 부탁하고 좋은 종자가 선정되면 그 고추에 청양고추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청양고추에 대해 경북 청송군과 양양군의 반발도 있지만 청양군은 매년 구기자축제와 함께 청양고추축제를 개최하면서 청양고추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청양고추의 원조가 아니라고 해서 청양고추를 특산물로 삼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으며, 청양고추는 굳이 매운 고추가 아니더라도 청명, 청복, 조은, 조향, 조홍 등 수십 종의 고추 품종을 개발하여 등록하여 우수한 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늦가을이면 칠갑산 산자락 밭떼기 마다 고추가 익어가고 집집마다 멍석에 널어놓은 선홍빛 고추가 예쁘다.

특히 시골 장 고추 방앗간에서 나는 고소한 매운 내는 청양에서만 느끼는 정겨운 향수다.

이렇듯 색이 붉고 살이 두터우며 감칠맛 나는 태양초로 담근 청양의 고추장은 매운 맛과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깊은 풍미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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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정여사 고추장찌개집.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고추의 고장 청양에 고추장을 이용한 맛 집이 없을 리 없겠다 싶어 수소문해 보니 장평면 분향리에 '정여사고추장찌개'집이 있다 하여 찾아 갔다.

말이 청양이지 장평면 분향리 부여아울렛과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것도 작은 촌락 한켠에 위치한 이 맛 집은 불과 3년 전에 오픈한 집인데, 1~2년 전에는 백숙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고추장찌개가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이것이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되기 시작하자 손님이 몰려들어 지금은 벽에 '당분간 고추장찌개만 한다.'고 써 붙여 놓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고 있다.

장여사고추장찌개의 맛은 아무래도 고추장 맛이 좌우하는 것 같다.

커다란 양푼에 담아 나오는 고추장찌개 안에 대파를 숭숭 썰어 넣은 것이 눈에 들어오고, 안에 감자와 돼지고기가 들어 가 있다.

감자를 푹 익혀가며 끓이니 국물이 약간 졸아들면서 고추장의 매콤 달콤한 맛과 생 돼지고기의 풍미가 감자와 어우러져 진한 맛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가끔 어떤 식당에 가서'숙성한 돼지고기'라는 단어를 보면 고개를 갸웃둥하게 된다. 특히 얼렸다 해동한 돼지고기로 요리한 돼지고기두루치기를 제일 싫어한다.

소고기는 적당히 숙성한 고기가 좋지만 돼지고기는 금방 잡은 생돼지일수록 부드럽고 풍미도 있으며 맛이 좋다.

그리고 이집은 밥이 찰기가 흐르고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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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미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 집 주인의 설명에 의하면 밥을 '수향미(秀香米)'로 지은 밥이라고 한다.

'수향미(秀香米)'는 빼여 난 향기를 가진 쌀이라는 뜻을 가졌다.

특허를 받은 신품종인데, 팝콘향이 나는 히말라야 야생벼와 국내 재래 향미품종을 교배해 만들었기 때문에 밥은 물론 밥하기 전 쌀에도 향기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밥맛이 참 좋다.

옛 어른들은 고기를 사오시면 '지져 드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고기를 지져 먹는다는 것을 한문으로 '지짐이 전'자를 쓰는데, 이는 국물을 적게 잡아 자작하게 끓이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음식이 '전복전(全鰒)' 박[瓠]속을 끓인 '포전(匏)' 메기를 끓인 '점어전 (鮎魚)' 등이 있다.

지짐이는 이미 고려 후기 때도 즐겨 먹던 음식이었던 것 같다.

이후 조선후기 김포군수, 형조참의를 지낸 당대 뛰어난 문장가였던 유한준 (兪漢雋)(1732 ~ 1811)의『자저(自著)』에도'전이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조선 후기의 사옹원(司饔院) 직장을 지내고 좌의정까지 오른 홍석주(洪奭周1774∼1842)의『연천집(淵泉集)』과 1854년에 간행한 풍고(楓皐) 김조순(金祖淳, 1765~1832)의 문집인『풍고집(楓皐集)』에도 '전'이라는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조선후기 실학자인 소운거사(嘯雲居士)로 불리던 오주(五洲)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오리지짐이인 '전부(鳧)'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전이 1957년 학총사에서 출간된 궁중음식에 관한 요리책으로 소주방 궁녀를 지낸 한희순(韓熙順: 1889-1971)상궁과 황혜성(黃慧性: 1920-2006), 이혜경(李惠卿)이 저술한『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廷料理通攷)』에 '감정'이라는 음식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소고기와 두부에 갖은 양념을 혼합하여 게장을 긁어낸 게딱지 속에 채우고, 그 위에 게장을 바르고 달걀을 칠한 뒤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한 장국에 넣어 끓인 '게감정'이라는 음식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감정'이란 찌개보다 국물이 적고 조림보다 국물이 많도록 바특하게 끓인 고추장찌개를 이르는 궁중의 용어로 게감정, 오이감정, 병어감정, 웅어감정 등 일부 요리에만 사용되고 있다. 찌개보다 국물이 적기 때문에 병어나 웅어, 게로 만든 감정은 상추쌈과 함께 먹기도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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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찌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위 설명을 보면 '감정'이 곧 조선후기 그 이전 까지 해 먹던'전'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다만 '전'은 고추장이 들어 갔을리 만무하고'감정'은 고추장과 된장이 들어 간 것이다.

'감정'은 고추장찌개를 달리 이르는 궁중의 말로 실은 찌개와 조림의 중간쯤으로 바특하게 끓인 찌개를 뜻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한국요리백과사전』에서는 민가에서 지짐이라고 불리는 음식을 궁중에서 감정이라 하며, 국과 찌개의 중간 쯤 되는 음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설명이다.

'지짐이'는 우리말로 표현 한 것이고 한문으로'전'이라 표현 했을 뿐 조선후기 이전 사대부들이 자주 거론한 것으로 보아 궁중에서도 해먹었던 음식으로 보인다.

즉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지낸 요리연구가 방신영(方信榮, 1890년 ∼ 1977년)『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 '무지짐이, 우거지지짐이, 암치지짐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한편 일제 강점기 재야학자였던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 1870~1934)의『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지짐이를 한자어 '전'이라 병기하고, 그릇째 접시에 받쳐 소반에 놓고 먹는 것은 '찌개', 큰 냄비 등에 끓여 보시기에 떠서 먹는 것은 '지짐이'라고 하여 두 음식을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한희순(韓熙順: 1889-1971)상궁이 주장하는 궁중의 찌개 일종인 '감정'보다 앞선 음식 이름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조치(助致)다. 조치는 맑은 조치의 경우 간장이나 젓국을 이용해 끓이고, 토장조치는 재료에 따라 된장조치와 고추장조치가 있는데, 쌀뜨물을 이용해 끓여낸다.

한국 최초의 한식다과전문점 호원당(好圓堂) 설립자인 요리연구가 조자호(趙慈鎬 1912~1976)선생이 1939년에 편찬한 전통요리책『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에도'조기조치, 계란조치, 명란조치… '등 조치류(助致類)가 나오는데 조리법을 보면 지금의 찌개류와 동일하다.

찌개류인 조치(助致)는 반상차림에서 꼭 빠지지 않고 차려지는 음식이다. 조치(助致)를 올릴 때에는 쌍조치(雙助致)라 하여 맑은조치와 토장조치 두 가지를 함께 올려야 한다. 7첩 반상을 차릴 때 쌍조치는 곁반에 놓는다.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고추장을 주재료로 한 음식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고추장은 고초장(苦椒醬)과 고초장(苦草醬)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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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찌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고초장(苦椒醬)으로 표기하는 학설은 고초(고추)를 '활활 타오를 고(苦)'와 '천초 초(椒)'가 합쳐진 '활활 타오르듯 매운 초(椒)'로 해석하는 것이며, 고초장(苦草醬)으로 표기하는 학설은 고초를 '매울 고(苦)'와 '풀 초(草)'가 합쳐진 '매운 풀'로 해석하는 것인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영조(英祖)44년(1768) 7월 28일자를 보면 영조(英祖)가 "송이(松茸)·생복(生鰒)·아치(兒雉)·고초장(苦椒醬)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라고 나오고,『일성록(日省錄)』정조(正祖)20년(1796) 2월 11일자에는 외정리소(外整理所)의 절목에 고초장(苦椒醬)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 숙종의 어의를 지낸 의관(醫官) 이시필(李時弼, 1657-1724)이 여러 정보를 모아 1720년(숙종 46)~1722년(경종 2)경에 편찬한『소문사설(聞事說)』에는 '순창고추장 만드는 법(淳昌苦草醬造法)'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고초장(苦草醬)보다는 고초장(苦椒醬)을 고추장의 어원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추장의 제조법이 기록되기 시작한 18세기부터 고추장의 문헌상의 표기는 통일된 방식이 없이 한자로苦椒醬, 苦草醬, 古椒醬, 古草醬, 蠻草醬(남만장)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최초의 한글 표기는 『규합총서(閨閤叢書, 1809)』에서의 '고쵸장'이며, 이 후 '고쵸장' 또는 '고초장' 등으로 혼용되다가, 1930년대 들어 각종 출판물에서 '고추장'으로 통일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장 장떡과 충남지방의 고추장찌개와 충북 제천 중심의 짜글이 대전의 두부두루치기 등이다.

물론 전남 광주에 가면 애호박찌개가 있는데, 애호박 찌개는 새우젓과 호박 위주의 맛이나는 요리로, 칼칼한 고추장 고기육수 맛의 고추장찌개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고추장찌개는 기본적으로 고추장, 돼지고기, 묵은지가 맛을 좌우한다.

김치는 푹 삭아 신맛이 나는 묵은지가 맛있고, 김치를 그대로 넣으면 너무 짜고 물을 많이 부으면 국이 되고 만다. 김치의 양념 속을 털어내고 국물을 꼭 짜낸 다음 기름기가 적당한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추장을 약간 넣고 끓인 김치찌개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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