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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마음톡톡 버스. 2월 28일 심리상담소 운영 마지막 날까지 사건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진=이은지 기자 |
2명의 초등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A씨가 개학을 앞두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2월 10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초등생 살해사건이 발생하고 3주가 흘렀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A씨는 두 아이가 집에 보호자 없이 남을지언정 지금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 봄방학 전까지 인근 학교에서 돌봄교실이 연계 운영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돌봄 아이들을 위한 안전대책이 사건 이후 특별히 제시됐다고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아직도 관련 뉴스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날 이후 밤잠을 설치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으면 자꾸 무서운 장면이 연상 돼 괴롭다"고 호소했다.
3일 통합심리지원단에 따르면 서구 관저2동 주민센터에서 심리상담소 운영 마지막 날까지 사건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전지방검찰청, 대전범죄피해자지원센터, 대전시청 등 10개 기관이 모여 꾸린 통합심리지원 상담소 운영이 지난 28일 종료 된 가운데 2주간 학생, 학부모 등 직접연관자부터 일반 시민 등 간접연관자까지 폭넓게 방문해 심층상담 38건, 일반상담 112건, 기타 정보제공 125건 등 총 275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운영 후반기로 갈수록 심리상담 참여자가 증가해 뒤늦게 정보를 알고 찾는 시민들도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사건 이후 일상 속 불편함을 느끼지만 스스로 정확한 자신의 내면 상태를 가늠할 수 없거나, 용기가 부족해 상담소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시민들도 다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미 한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본인이 피해자로 정의돼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며 "'나는 아닐거야. 나는 힘들면 안돼'라는 마음 상태는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사건이 벌어진 지역 주민들은 모두가 간접 경험자로 초기에 적절한 심리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전 국민적 홍보 캠페인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초등학교 개학 이후 현장에서 겪을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한 달 이후 내려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 기간이 맞물려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 됐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겐 개학 이후가 더 중요한데, 학교를 다니며 늦게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엔 관련 기관을 찾아 연계된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학교가 안전한 곳이라는 신뢰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지와 보살핌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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