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2024년 유해가 추가로 드러나 31구의 유해를 확인했다. 평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이 지연되면서 올해 착공마저 놓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 (사진=중도일보DB) |
24일 대전 동구청에 따르면, 산내 평화공원 조성사업은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지난해 12월 통과해, 588억 7000만 원으로 책정된 총사업비 규모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올해 행안부 예산안을 구성할 때 산내평화공원 위령시설 조성사업비 210억 원을 책정했으나, 본회의 최종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타당성 재조사가 12월 중순 종료돼 2025년도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이를 추경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게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골령골이라고 불리는 산내 평화공원 조성사업은 2016년 정부가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최초 2020년 준공 목표에서 지금은 2027년 12월까지 세 차례나 미뤄진 상태다. 또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평화공원 실시설계도 진행을 멈춘 상태다.
동구청 관계자는 "타당성 재조사에서 총사업비 조정이 12월 이뤄지면서 올해 본예산에 확보되지 못했으나, 추경을 통해 사업비를 마련하는 방안을 노력 중이다"라며 "정부의 사업예산과 별개로 토지를 보상하고 공유지 지작물 철거사업은 계속 이뤄져 국가 단위 추모시설에 필요한 사업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평화공원 조성이 착공되지 않았으나 유족들은 이미 발굴된 유해를 공원에 보존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다. 공원이 조성되면 현재 세종시에 위치한 임시 안치시설인 '추모의 집'에 있는 전국 희생자 유해를 산내 평화역사공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진실화해위와 유족회, 지자체가 전국에서 발굴해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 중인 유해는 모두 4148구다. 이중 대전에서 발굴된 유해 1472구가 포함되어 있다. 산내에 평화공원이 마련되더라도 유해를 화장해 훗날 유전자 감식으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가능성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유족들의 의견이다. 임시안치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대전 산내 골령골과 아산에서 발굴된 유해 6명이다. 최근에는 희생자의 손자와 조카 그리고 동생과 그의 손자까지 채혈과 유전자 대조를 통해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힌 사례도 보고돼 유족들은 평화공원 예산확보와 함께 발굴 유해의 안치 방식에 대해서도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숙자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2016년 정부가 전국 단위 추모시설을 대전에 만들겠다고 계획을 마련하고 필요한 예산을 제때에 마련하지 않아 사업비가 늘고 유족들은 하나둘씩 돌아가시고 있다"라며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해 유해를 잘 보전하면 신원을 밝혀 무고한 희생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화장 후 안치는 있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