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는다. 일단 사업을 강행하면서 향후를 도모하는 방법이 유용할 때도 있다. 다만 그것은 학습 효율성이 검증됐을 때의 얘기다. 과도한 디지털 학습 의존이나 사고력 부재, 문해력 하락 유발은 예견되는 걱정거리다. 디지털 격차는 부수되는 문제다. 들쑥날쑥하는 지역별 도입 비율도 교육 불평등의 한 가지 원천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황급히 도입할 사업인지 다시 묻게 된다.
기대처럼 미사용 학교가 하반기에 획기적으로 줄어들려면 교사와 학부모의 부정적 인식부터 돌려놓아야 한다. 학생 역량에 맞게 공부한다는 이상(理想)은 교과서답게 제대로 정착한 다음에나 가능할 일이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내지 않거나 교실의 디지털화를 멈추고 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유럽 국가들은 우리가 꼭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디지털 기반 학교들이 폐교 상태인 미국의 사례도 있다. '똑똑한 보조교사'라며 마구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는 선례들이다.
교육환경의 과도한 디지털화에서 파생되는 문제도 만만찮다. 표준화된 접근 방법은 교육의 다양성 확보에 저해 요소다. 학생들이 교사의 전문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시스템은 사실 근본적인 것이다. AI교과서에 대한 교사의 압도적인 반대는 '밥그릇'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에 불리한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교육계의 혁명적 전환을 꿈꾸고 싶을수록 모든 변수를 고려하며 추진해야 할 것 같다. 도입과 안착에 필요한 게 '개문발차'인지는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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