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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
마당과 놀이터는 꼭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과학기술로 부시(富市)를 이루고 부국(富國)을 이루려면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람들이 만나서 교류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터지고 정보교환 하는 마당과 놀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과 자본, 거기에 기술을 더하게 되면 이제 필요한 건 난장(亂場)이다. 밤새도록 어울려 웃고 떠들 수 있는 곳. 몽상가들의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펼쳐질 수 있는 곳, 다양한 분야의 괴짜들이 모여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전파되는 곳. 이곳이 난장이다. 우리 대전은 최첨단 미사일과 인공위성도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 도시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을 탄생시킨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은 최첨단 딥테크 기술로 무장하여 빅파마를 꿈꾸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19개의 대학에서는 과학기술 역량들이 미래 대전과학의 역군으로 양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수도 대전의 현주소다.
화성에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대담한' 도전을 하는 괴짜가 있다. 언젠가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이 수천 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엘론 머스크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궁색하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개발된 생성형 AI모델 딥시크는 경력 1~2년 차의 젊은 괴짜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1985년생인 량원평은 경력보다는 능력 위주로 직원들을 뽑아 1995년생을 포함한 139명의 젊은 연구인력으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경험 많은 1200명과 경쟁했으니 1/100의 투입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그 충격은 엄청나다. 우리 대전에는 이렇게 세계를 뒤흔든 엘론 머스크나 량원평이 없을까?
대전은 혁신지수 과학기술집약도 아시아 1위, 세계 7위의 도시다. 잠재력 만큼은 세계 그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과학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큰 꿈을 가진 숨어 있는 괴짜들을 찾자. 그들이 뛰어놀 수 있게 난장을 만들자. AI혁명으로 세상은 더욱 빠르게 융합의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기존에 나누었던 산업분류도 언젠가는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산업간 융합과 교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기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아이디어가 폭발한다. 교류와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한남대학교의 국내 제1호 캠퍼스혁신센터도, 현재 설계가 마무리 중인 대전시 융합연구혁신센터도 학생이나 연구자들이 무수한 아이디어로 서로 교류하고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Dtalks+ 과학산업커뮤니케이션' 행사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창업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상품을 포지셔닝하고 스케일업 하는 것과 함께 사람들이 만나서 뜬구름 같은 아이디어가 무성하게 나오고 그런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다듬어지고 발전해가는 환경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나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도시가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대전에 전국의 아니 전세계의 몽상가들이 모여서 꿈을 꾸고 그 꿈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하자. 유니콘 기업을 넘어 스페이스 X 같은 헥토콘 기업이 대전에서 탄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포함한 과학기술인들이 뛰어놀게 하자. 우리 대전이 만든 마당과 놀이터에서 제2, 제3의 엘론 머스크나 량원평같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을 만들어 내자.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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