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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김재현 전문의가 지난해 3월 대동맥박리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를 21일 진료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의 '심장 대동맥 박리' 증세로 응급실을 찾아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극적으로 수술을 받아 생명을 지킨 사연의 노부부가 21일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중도일보는 심장 대동맥 박리를 겪은 환자(70)의 보호자가 보내온 감사편지를 바탕으로 의료대란으로 응급수술 어려운 때 늦은 저녁 호출을 받고 수술실로 달려온 김재현 심장혈관외과 전문의와 동료 의료진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회복기에 들어간 환자가 아내 신현숙 씨와 함께 21일 마침 진료받을 때 동행했다. 중구 산성동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응급수술 후 지금은 일상을 회복해 통원 치료 중으로 이날 진료에서는 별도의 약을 처방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아내 신현숙 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증세를 집에서 한동안 지켜보다가 늦은 밤에서야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김재현 전문의께서 곧바로 병원으로 돌아와 다음날 새벽까지 5시간 넘게 수술이 이뤄졌다"라며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김 전문의는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계시니 지금은 별도로 처방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다음 진료 때 한 번 더 검진하겠습니다"라며 환자를 안심시키고 돌려보냈다. 다음은 심장 대동맥 박리에 대한 김재현 심장혈관 흉부외과 전문의와 일문일답.
-대동맥박리란 무엇인가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을 전신에 공급하기 위한 혈관 중에서 가장 큰 혈관을 대동맥이라고 합니다. 대동맥은 조직학적으로 세 겹으로 되어 있는데 나이가 들고 고혈압이 조절 안 되고 있는 분들에게서 세 겹짜리 혈관 벽이 찢어지면서 발생합니다. 대동맥 박리가 일어나면 혈관이 약해져서 그냥 두면 쉽게 터지고 대동맥 파열로 이어집니다.
-대동맥 박리의 증상은 어떤가요.
▲일단은 대동맥 벽에 박리가 일어나면서 원래 벽보다 굉장히 약해집니다. 그래서 대동맥이 터지면 대동맥 밖으로 피가 나오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대동맥은 우리 몸 머리와 양쪽 팔, 복부 그리고 모든 장기에 피가 골고루 잘 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이렇게 박리가 일어나면 그 머리 팔 배로 가는 혈관들이 함께 찢어집니다. 그러면 그 혈관에 피가 잘 안 가면 그에 동반된 증상이 생기는 거죠. 환자는 가슴으로 향하는 혈관이 막히면서 갑갑함을 토로해 전형적으로는 가슴 흉통이 발생합니다. 등 쪽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요. 서서히 뭔가 아파지는 게 아니고 박리가 발생하면 특징적인 것이 한순간에 채찍을 맞는 것처럼 순식간에 엄청난 통증이 갑자기 생겨요. 왜냐면 박리가 일어나는 그 순간을 환자가 느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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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8시간 수술끝에 생명을 지킨 환자의 보호자가 중도일보에 보내온 감사 편지. |
▲콩팥으로 가는 혈관이 같이 찢어지면 콩팥 기능이 떨어져 소변이 안 나온다든지 장으로 가는 혈관이 문제가 되면 소화장애 같은 현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뇌경색인 줄 알고 검사를 해보면 대동맥박리로 뇌로 가는 혈관이 찢어져서 피가 잘 못 가서 뇌경색 같은 그런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리가 저리고 마비가 와서 보면 이 역시 다리로 가는 혈관이 박리가 돼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박리가 일어나는지에 따라 같은 병명이지만은 환자마다 천차만별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제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저희가 밤낮 가리지 않고 빨리 수술해 드리려고 하는 이유는 심장에서 올라가는 부분의 상행 대동맥에서 박리는 사망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까 이야기했듯이 대동맥이 잘 터지고 피가 새서 심장을 누르고 해서 수술 없다면 환자가 사망할 위험이 3일 안에 50%에 이릅니다. 상행 대동맥 박리 환자가 수술받지 못하면 2주 안에 70% 정도는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행 대동맥이 침범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우리가 응급 수술을 하냐 마냐를 결정하는데 응급수술을 최대한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제일 중요한 거는 고혈압 치료입니다. 대부분 환자를 보면 고혈압이 좀 있었는데 약을 안 드시거나 며칠만 드시고 스스로 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고혈압 약 치료를 안 하고 고혈압이 있는 분들 그리고 고혈압 약 먹다가 임의로 끊어버리는 경우 그리고 고혈압 치료를 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혈압약이 적절한 용량이 들어가지 않고 혈압이 좀 높은 상태로 지내시는 분들이 위험합니다. 그래서 고혈압 약을 잘 드시고 그다음에 혈압 조절을 잘 하는 게 대동맥박리 위험을 줄이는 데 최우선입니다. 그 외에 담배를 끊는다든지 고지혈증 치료를 받는 것, 당뇨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늦은 시간에 수술을 시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이 병이 워낙 중하고 응급한 상황으로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심장혈관 흉부외과 선생님들이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낮이든지 밤이든지 수술을 집도하고 있습니다. 수술이라는 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마취과 전문의와 간호사들께서도 제가 수술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면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병원으로 모이는 팀워크가 잘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국에 응급 중증 질환 진료하는 여러 의사들이 의료 최후의 보루로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기 전에 지금의 사태가 빨리 해결돼서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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