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공자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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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공자님 말씀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 승인 2025-02-23 16:41
  • 신문게재 2025-02-2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11안필용
안필용 원장
정치는 수많은 이익과 열정, 불확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수많은 인간의 욕망이 부딪치는 곳이기 때문에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파당을 이루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정치현장에서 질서는 잡는 것은 권력이다. 권력은 서로 간에 합의된 폭력이고, 유일한 억압적 도구이다. 따라서 이 권력을 잘 사용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을 잘 사용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선은 잘 합의된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합의된 규칙이란 법의 규정과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에서 구성원 전체가 인정하는 규범 등으로 구성된다. 규칙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적 영역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권력은 합법적 범위에서 독재적 방식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현대 민주주의 제도에서 합법적 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무는 것은 너무 자주 있는 일이다.

정치와 권력의 작용은 수많은 변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잘 정의된 교과서가 없고, 잘 준비된 정치인의 선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간사회의 딜레마이다. 고대로부터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도덕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공자이다.

공자는 흔히 '공자님 말씀'이라는 표현으로 세상의 기준으로 제시되곤 한다. 공자의 시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자연적 현상이 우위에 있던 시대였다. 하늘의 뜻이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규범이었고, 천자는 그 규범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하늘의 뜻을 알 수 없었고, 오로지 천자의 행위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합의된 기준이 없는 곳에서 천자에 대한 의심은 혼란과 전쟁으로 이어지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공자는 인간사회의 보편적 규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는 어떤 도덕적 규범을 따라야 혼란과 전쟁을 막을 수 있는지, 위정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해야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실천할 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또한 공자 본인도 도덕적 규범을 통해 실천자로서 행동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했다. 그러나 공자는 평생을 떠돌았지만, 도덕적 규범을 실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의지가 꺾이고, 곤궁하고 비루한 삶을 살기도 했다. 공자의 인간적 실패는 또한 도덕적 규범을 세우려는 더 큰 동력이 되었다.

좋은 정치에 대한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임이다. 공자는 실천적 의지를 가졌지만,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지 못한 도덕적 비애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위대한 것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4년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을 통해 민주주의가 완전히 와해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을 넘어왔다. 윤석열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영구집권을 꿈꿨고, 노상원은 반인륜적 행위를 계획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원을 공격하는 폭도의 출현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제도가 악의를 가진 정치인을 만나면 얼마나 허약하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 규범을 잘 만드는 일과 그것이 어떻게 교육되어야 하는지 중요해졌다. 정치가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자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정치가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규범이 실천될 수 있는 정치가를 찾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대한민국은 그런 정치와 정치가를 찾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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