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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성남동에 위치한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전경. 정비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상인들이 점포를 운영하며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
20일 오전 10시께 도심 속 흉물로 남은 동구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에서 만난 점포 상인 권한수(76)씨는 건물이 폐허가 된 지 14년이 흘렀지만, 손님 한 명도 오지 않는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1993년부터 오피스텔 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권 씨는 5년 전 건물이 정부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해 기대감을 품었지만, 사업이 기약 없이 흘러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 사이 건물은 더 낡고 허름해져 금방이라도 천장이 내려앉을 거 같은 아찔한 풍경이지만, 이곳을 떠나면 장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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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현대그랜드오피스텔 1층 내부 모습. 무너져 내린 천장과 어지럽게 쌓여있는 물건들이 '방치'된 건물의 안타까운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사진=이은지 기자 |
상인들은 장마철만 되면 빗물이 떨어지고 지하 주차장에는 물이 찬다고 했다. 정화조 배수 펌프 장치가 고장 나 건물의 임시 관리를 받은 한 상가 소유주가 기계를 다시 설치했지만, 지하 어딘가가 파손돼 장마철에는 인근에 있는 도랑물이 넘쳐 지하주차장 빈틈으로 샌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은 10년 전 단전·단수 됐지만, 건물 관리와 영업을 위해 건물 임시관리 소유주와 3개 점포 소유주들이 한전에 일부 전기세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포 상인들은 조그마한 조명과 난방기구로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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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끊긴 현대그랜드오피스텔 2층 내부 모습. 오래전 영업을 접은 식당과 커피숍 간판이 눈에 띈다. 썰렁한 내부에 먼지쌓인 집기류가 고스란히 방치돼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
건물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점을 노리고, 몇 해 전에는 오피스텔에 도둑이 들기도 했다. 금은방 귀금속 등 상인들의 귀중품을 훔치고 달아나 지자체에서 뒤늦게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줬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상인들은 아직도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오피스텔 상가에서 30년째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손님 하나 없고 장사가 안 되도 내 가게니까 나와서 앉아 있는다"며 "구청에서 정비 사업 때문에 상가 소유주 동의를 받는다고 한지가 수년이 지났는데, 시에서는 관심도 없고 국회의원이 나서도 소용이 없는 거 같다. 얼른 사업이 진척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은지·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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