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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홍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 |
올해 대전시는 지난해 매입한 첫시청사 건물의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도 삼성화재 건물로 불린 대전중앙로의 이 3층 건물이 대전의 첫시청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37년 대전공회당 건물로 지어진 첫시청사는 대전시민의 오랜 숙원이었다. 3.1운동 이후 폭발한 주권의식과 정치참여의 의지는 다양한 집회공간의 요구로 이어졌는데, 공회당이 가장 대표적인 시설이었다. 부 승격 이후, 그에 걸 맞는 공공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대전부민의 요구는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대전공회당의 건립을 이뤄냈다. 그리고 몇 년 뒤 대전부가 입주했고, 광복 후인 1946년 드디어 이 건물에 '대전시청'이라는 간판을 올렸다.
이쯤되면 이 역사적인 건물이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전시의 문화유산위원을 지낸 김정동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은 건축가의 손을 떠나면 이용자, 곧 사회의 것이 되며 그곳에서 재평가된다. 사회가 그 건축물에 관심을 보낼 때만 우리 건축은 좀더 아름다워질 수 있고, 아름다운 도시와 사회도 만들 수 있게 된다." 건축물의 가치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건축가나 역사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세워진 도시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결국 첫 대전시청사가 긴 시간 우리의 인식 속에 지워져 있던 것은 값싼 플라스틱 패널에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방치되어 있던 첫시청사 건물을 매입한 대전시의 결정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질 이 건물의 보존과 활용은 매입과 원형복원, 새로운 용도의 부여까지, 민선8기 대전시의 철학과 문화유산 행정의 역량, 그리고 그 의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전시는 첫 시청사 건물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며, 전면에 이 건물의 최초의 모습을 내걸었다. 근대사진엽서의 담긴 이미지로 실제 엽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일본어로 쓰여 있다. "명랑한 빛이 거리를 물들이고, 어디서나 생생한 활력이 넘치는 곳. 이곳 활기찬 거리에 문화건축미(文化建築美)를 내뿜으며 당당히 서 있는 대전공회당" 광복 80년, 근대도시 대전 90년, 이제는 우리말로 이 도시와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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