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보도의 상당수가 여론조사 보도의 일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2025년 2월 제994차 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보도한 일간 신문 기사 34건, 온라인 신문 기사 101건 등 모두 135건에 대해 무더기 제재 결정을 내려 '주의' 조처했다. 제재 이유는 신문윤리강령 제4조「보도와 평론」,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전문,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6조「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위반이다.
신문윤리위는 이들 기사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함으로써 공정보도의 기본 원칙을 위배했고, 이로 인해 민의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에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잘못은 오차범위 내 수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오차범위 내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제목과 본문에서 오차범위내 수치를 단순 나열하거나 순위를 매기고 서열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여론을 잘못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다.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1월 14~16일. 1001명.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응답률 16.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에서 국민의힘 39% , 민주당 36% ,무당층 1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지지도 차이는 3%로, 오차범위 안에 있다.
그러나 기사들은 제목에「국민의힘 39% ,민주당 36%」등으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정당 지지도 수치를 단순 나열하거나 '역전' 등의 표현을 썼고, 본문에서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이내에서 앞섰다"고 적었다.
여론조사 업체 '조원씨앤아이'의 조사에서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문수 장관 중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김 장관 지지율은 46.4%, 이 대표는 41.8%로 나왔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4.6%포인트로 오차 범위(±3.1%포인트) 안에 있다.
이에 대해 기사들은 제목을 '김 장관이 이 대표를 앞질렀다'는 내용으로 뽑고 본문에서도 "김 장관이 앞섰다"고 썼다.
후보자나 정당의 지지율 등이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경우 실제로는 뒤바뀔 수 있다는 게 통계학적 해석이다. 따라서 표본오차를 감안하지 않고 제목과 본문에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아무런 설명 없이 기사 제목에 지지도 또는 선호도 수치를 나열하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열이 확정된 것처럼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는 선거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여론조사의 의미와 한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보도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될 위험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민의를 왜곡해 선거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이는 언론의 정확성, 객관성, 신뢰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관계자는 "표본오차보다 훨씬 작은 변동에 대한 의미 부여는 해석이 아니라 허구(虛構)"라면서 "일부 언론이나 인사들이 표본을 통한 여론조사의 한계를 완전히 무시한 채, 단 0.1%포인트 차이도 국민 여론의 변화로 보고 그 원인을 해석한다"고 경계한다.
언론단체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보도를 할 때 '신문윤리강령'과 언론 5단체가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보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신문윤리강령 제4조「보도와 평론」은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②(공정보도)는 '경합 중인 사안을 보도할 때 한 쪽의 주장을 편파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보도할 때는 조사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통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6조「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는 '지지율 또는 선호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한다'며 '수치만을 나열하여 제목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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