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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준 배재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세종시가 국가행정의 중추적 기능 수행과 자족 기능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다양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연구 기반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국회와 대통령실의 완전 이전이 거론되는 대한민국 행정수도에 정책연구실이 없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2016년부터 8년간 대전세종연구원 산하 '세종연구실'을 두고 정책연구를 수행하면서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다만 연구 주제 선정과 예산 집행 등 주요 결정 권한은 대전시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세종시만의 특화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세종시는 세종연구원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해 독립 연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해 온 흔적이 보인다. 그 고민의 결과로 연구 기능 강화뿐만 아니라 세종인재평생교육진흥원과의 통합을 통해 정책연구와 교육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연구를 통해 발굴된 정책을 시민교육과 공무원 연수에 활용하고, 연구 결과를 실질적 정책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세종시의회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 정책연구와 평생교육의 기능을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할 때 각각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연구원의 독립을 위해서는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다소 막연한 우려가 독자적인 정책 연구기관을 확보하는 일에 앞설 수는 없다. 오히려 정책연구와 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경우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국내 여러 대학·대학원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공공 정책 연구를 수행하며 행정·정책적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그 예다. 특히,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경우 경제 및 정책연구와 공무원 교육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정책연구와 교육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전국 각 자치단체가 산하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점차 통합하고 있다는 점은 두 기관의 통합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종시는 정책연구 결과와 연구 수행 인적 자원을 시민과 공무원 교육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행정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는 연구와 교육의 통합이 단순히 한쪽 기능의 축소나 흡수가 아닌, 보다 효과적인 정책 개발과 실행을 위한 혁신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종연구원의 독립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최근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은 대전과 세종의 공동 연구기관이지만, 대전·충남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연구원의 운영 방향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종연구실이 선제적으로 독립되지 못하면, 세종시의 연구 기능이 더욱 축소되거나 다른 광역지자체의 정책 기조에 종속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독립 연구원을 설립해 세종시만의 정책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적기인 것이다.
정책연구는 결국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세종시가 지난해 시행한 시민 설문조사에서도 기관 통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세종시도 조례안 부결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시의회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 소통하고 자체 연구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
세종시가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정책연구원 설립으로 여러 분야의 정책연구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세종시가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종시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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