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세가 되시는 친정어머니를 뵙기 위해 2박 3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3월에 전문대 복학과 입학을 앞둔 셋째 아들과 막내딸, 그리고 남편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은 11년 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너무 어렸기에 기억이 희미했다. 23년 만에 일본을 찾은 남편은 설렘과 함께 음식이 입에 맞을지 걱정을 했다. 나는 엄마를 뵙고 가족들이 일본의 일상을 경험하며 좋은 추억을 쌓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도착 후 처음 든 생각은 "여기가 일본인가, 한국인가?"였다. 한류 열풍의 영향인지 일본 여성들은 한국 스타일로 꾸민 모습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인의 친절함을 직접 경험하며 "우리는 일본에 온 것이 맞구나"라고 실감했다.
지하철에서 길을 묻자 안내원이 5분 거리의 목적지까지 함께 걸으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고,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안전요원이 "오랫동안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빨간불이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데도 배려 깊은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보행자 전용 횡단보도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많이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쉬었는데 우리를 본 버스기사님이 일시 정지하여 웃으며 건너라고 손짓했다. 무슨뜻인지 몰라 의아했다가 건너지 않겠다고 손짓으로 대답하자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보니까 뒤따르던 차량들이 있었고 다들 경적을 울리거나 앞지르지 않고 기다렸던것이었다. 이러한 배려 문화에 남편은 "이런 건 배워야 한다"고 감탄했었다.
아이들도 일본에서의 경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물리치료사가 꿈인 아들은 "일본은 모두가 여유로워 보인다.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축구팀 재활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동물 간호사와 애견미용사가 꿈인 딸은 "일본에서 애견미용 일을 하고 싶다. 교통비가 비싼 것만 빼면 물가도 저렴하고 다들 친절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여행을 통해 가족 모두가 일본의 따뜻한 배려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식당에서 얼큰한 탕을 먹으며 일본 여행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노은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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