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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평화의 소녀상 |
전주는 역사와 문화적 풍요로움으로도 주목받는 도시다. 한옥마을을 거닐 때 전통적인 한국 가옥들 사이를 지나며 과거가 서서히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마을에서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이곳에서 살았던, 역사를 써낸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전쟁과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의 기억도 떠올랐다. 전주는 단순히 문화만이 아니라 전쟁의 고통도 함께 간직한 곳이다.
이 여성들은 한국 역사 속 이 어두운 시기에 단지 한 민족의 아픔만이 아니라 인류의 양심을 잃어버린 민족의 상징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인으로서 나도 한때 내 민족의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한국 피해 여성들이 겪은 육체적, 정신적 폭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으며, 이는 한국만의 고통이 아니라 전 세계 전쟁 피해 여성들의 공동의 아픔이기도 하다.
아제르바이잔인으로서 한국 민족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역사의 깊이를 탐구하려는 노력은 단지 내 민족의 아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쟁 피해 여성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도시의 구석구석, 모든 음식과 모든 순간은 그 여성들의 영혼의 메아리를 담고 있었다.
전주 평화의 소녀상은 매년 3·1절, 8·15 광복절, '기림의 날' 등 주요 행사 때마다 헌화와 추모 행사가 이어지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주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는 역사적 상징이다. 앞으로도 이를 보존하고 알리는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논산(아제르바이잔)=엘미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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