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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윷 |
<오징어 게임>에는 소개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남녀노소가 한데 모여 어울릴 수 있는 전래놀이의 최고봉에는 '윷놀이'가 있다. 윷놀이는 가족 또는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향유되는 겨울철 놀이로, 보통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에 편을 갈라 윷가락 혹은 알 4개를 던져 승부를 겨룬다. 윷판의 모든 말(4동)이 정한 행로를 지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편이 이기는 놀이다. 일견 놀이도구와 방식은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윷판을 들여다보면, 한민족의 우주관과 천문관을 바탕으로 음양오행을 비롯한 24절기를 심오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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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윷 |
윷을 둔다', '윷을 놀린다', '윷놀이 한다'등 윷과 관련한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윷과 윷놀이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기본적인 가락 윷, 종지 윷 외에도 4인이 윷 한 가락씩을 나누어 던지는 커다란 장군 윷, 재료를 밤톨만 하게 깎아서 실내에서 노는 밤 윷 등 윷가락의 지역적 분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윷판의 경우에도 원형 윷판, 가지 윷판이 있는가 하면 윷판 없이 말로만 노는 건궁 윷놀이도 있다. 이처럼 우리의 윷놀이는 윷과 윷판의 형태 및 놀이방법의 변형 등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공주시는 2023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연구도서인 『공주윷놀이 1˙2』를 발간했다. 공주 윷놀이는 말판 윷, 윷두기, 진치기 윷, 보리풍년 윷놀이, 베틀 윷놀이, 셈 윷놀이 등 그 종류가 70여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주를 포함한 충청남도에서 유독 다양한 윷놀이가 남아 있는 요인을 다른 지역의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에서 찾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2022년 11월 11일, 윷놀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2025년 벽두, 구성원 간의 친목과 결속을 다지는 K-놀이문화의 참된 가치가 확산되고, 세계인과 향유될 그날을 그려 본다.
박진희 명예기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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