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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초등학생이 여교사에게 흉기로 피습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학교 관계자가 사건 장소를 가르키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우울증 환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고 자칫 피의자의 심신미약 주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혹은 망상장애 가능성이 있지만, 정신질환을 떠나 상급자 대신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권위 살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13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2월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여교사 A씨는 경찰 초기 진술에서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대전교육청은 사건 브리핑 열고 해당 교사는 우울증으로 의료진 소견에 따라 2024년 12월 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지만, 20일 만에 조기 복직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확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A씨가 밝힌 정신질환에 초점이 맞춰지며,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판단이 위험하다는 것이 심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00만 32명으로 집계됐다. 많은 이들이 마음의 감기처럼 앓는 병이지만, 우울증이 자칫 폭력성을 띨 수 있다는 편견이 생겨 우울증 환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볼 수 있다는 거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힘든 병"이라며 "우울한 상태에서는 무언가 폭력을 야기할 만한 에너지를 주기 어렵다. 가해자가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게 원인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인 A씨가 심신 미약을 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신병력을 밝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가해자가 병력을 자기 방패로 쓴 것일 수 있다"며 "범죄자가 밝힌 것을 문제점으로 두게 되면 오히려 범인을 감싸는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 물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교단에 서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논의는 정확한 결과가 나온 뒤에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역시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실에 기반해 사건의 사회 구조적 원인과 개선 방안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권위 살인' 범죄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불만이 있는 상급자에게 행하지 못해 약자를 상급자에 투영해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 초기 진술에서 A씨는 "복귀 3일 뒤부터 짜증이 났고, 교감이 수업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A씨가 범행 사흘 전 동료 교사를 폭행한 것에 범행 당일인 10일 오전 교육청은 장학사 2명을 파견해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날 오후 A씨는 학교 인근 주방용품점에서 범행에 쓰일 흉기를 구입했는데, 일련의 과정 속 범행에 자극을 준 계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범죄심리학 프로파일러)는 "상급자를 범행 대상을 삼고 싶지만, 실제로 죽이기 어려우니, 눈에 보이는 가장 약한 존재를 공격해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어소리티 킬링'(권위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 우울증에서 조현병 혹은 망상장애로 악화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교육청·학교의 대처와 병원의 오진 등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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