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 번째 조사 대상은 깜깜이 계약, 추가금 폭탄과 같은 불투명한 가격구조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스·드·메 업체 24곳이다.
관계부처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예비 신호부부들의 스·드·메 평균 지출비용은 520만원으로, 기본금 346만원에 추가금 174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드·메 시장에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가격 횡포가 만연해 있으며, 예비부부들은 계약을 하고도 어디에서 추가금 견적서가 날아들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혼 준비는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말에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결혼 비용은 어느새 천정부지로 솟아 '메리지 블루'(결혼 전 우울증)를 경험하기도 한다.
국세청은 일부 스드메 업체들이 처음 계약 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의 추가금을 다수의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한 후, 소득신고를 누락해 자산 증식의 재원으로 유용한 것을 포착했으며, 가족 명의의 사업장에 소득을 분산해 세금을 축소시킨 위장 사업장을 적발했다.
▲"2주일에 300만원 들어도, 나만 안갈 수는 없잖아요"=두번째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출산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는 산후조리원 12곳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산모의 85.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신과 동시에 '예약 전쟁'이 필요할 정도로 산모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이용료는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예비부모들은 가장 큰 행복인 임신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도별 산후조리원 객실료 현황을 보면, 일반실(2주 이용 기준)의 평균 객실료는 2021년 286만원, 2022년 307만원, 2023년 328만원, 2024년 347만원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산후조리원은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이용료를 책정하며 부유층의 '그들만의 리그' 형성을 부추기는 등 대다수 젊은 부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었으며, 일부는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하고도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본인 건물에 산후조리원을 입점시킨 후 시세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아 해외여행 및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끝으로 고액 사교육의 상징으로 부모들의 육아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 10곳도 조사 대상이다. 영어유치원과 학원은 '자녀교육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부모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을 유행시키며 사교육 진입 나이를 낮추고,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대학등록금을 훨씬 넘는 고액 유치원비 지출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실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영어유치원은 2021년 718곳에서 2022년 811곳, 2023년 843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교육비는 사립대학등록금 769만원의 2.9배에 달하는 2090만원(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발표,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포럼에서도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0.2% 가량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온 만큼, 저출생 해소를 위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수강료 이외에 교재비, 방과 후 학습비, 재료비 등을 현금으로 나눠 받은 뒤 이를 신고하지 않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빼돌린 소득을 자녀들의 해외 유학 비용으로 사용하는 이중적 면모를 보였다. 또한 실체가 없는 교재 판매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가족 명의로 설립한 뒤 위장 업체로부터 교재 등을 매입한 것처럼 가장해 허위의 비용을 발생시켜 세금을 줄여 신고하기도 했다.
▲사업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철저히 검증=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결혼, 출산, 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고, 조사대상자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재산 형성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탈루혐의 관련 거래의 금융추적 및 이중장부 확인, 거짓 증빙에 대한 문서감정 등을 통해 불투명한 수익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조사한다. 또 현금거래를 했지만 현금영수증을 미발급한 사업장의 경우에는 미발급 금액의 20%인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조사국 조사분석과 관계자는 "정부 부처별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인식을 크게 공유하고 있고, 국세청 차원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고민하던 중 최근 관련 업계에 탈세 혐의가 다수 포착돼 추진하게 됐다"면서 "다만, 이번 세무조사는 특별하게 추진하는 게 아닌 세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평범한 업무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국세청은 공정한 세금 징수를 통해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