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 "계획된 범죄정황 심신미약 아닌 특별가중 사안"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대전 초등생 피습 사망] "계획된 범죄정황 심신미약 아닌 특별가중 사안"

흉기 준비하고 하늘이를 책으로 유인해 범행
재판서 심신미약 부정되고 오히려 특별가중
"13세미만약취유인살해 혐의도 따져볼 사안"

  • 승인 2025-02-12 17:57
  • 신문게재 2025-02-13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LSH_0054
대전 서구 초등학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방문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8살(1학년생) 김하늘 양을 살해한 40대 여교사의 범행 수법은 심신미약의 상태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를 유인해 잔혹하게 범행한 행위가 오히려 형을 특별히 가중하는 요소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장에서 애를 찾는 할머니와 대면해 "없어요, 몰라요" 부인하고 이후 범행 장소의 문을 잠근 행위는 사건 발각을 피하려는 노력으로 심신장애가 부정되는 대표적 행위라는 것이다.

12일 대전 법조계에 따르면, 하늘이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과연 심신미약의 형법상 감경의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느냐 화두가 됐다. 법원은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의 감소가 현저하고 자기행위를 실질적으로 불법하다고 통찰할 수 있는 심리적 상태가 아니 상태이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심신장애가 문제 된 2014~2016년 사건 340건 중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건은 213건으로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 때문에 고 김하늘 양의 친부는 "아이를 해친 교사가 우울증의 심신미약을 주장해 법원에서 감경돼 사회에 그대로 나오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밝힌 피의자의 범행 수법을 봤을 때 계획된 범죄의 정황이 짙고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여길 여지는 많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살해 혐의를 받는 여교사는 사건 몇 시간 전 2㎞ 떨어진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학교로 돌아왔다. 범행 후에는 흉기를 다시 서랍에 숨겼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더욱이 돌봄교실 문을 나서 복도를 혼자 걷는 하늘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그 장소에서 범행을 벌였다. 하늘이를 찾아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이 교실을 하나씩 확인할 때 하늘이 할머니와 마주친 피의자는 "없어요, 몰라요"라고 부인하고, 이후 범행 장소의 출입문을 잠그는 방식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했다.

법원행정처가 2024년 2월 발간한 '양형인자로서의 심신미약 기준 및 관련 양형정책 연구'에서도 "증거인멸 시도나 발각을 피하려는 노력의 존재도 범행의 계획성과 같은 맥락에서 심신장애를 부정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법관을 역임한 법무법인 윈 이종오 변호사는 "하늘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범행을 했다는 경찰 공표 사실을 봤을 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약취유인살해)죄 적용도 검토될 사안"이라며 "흉기를 구매해 학교로 돌아와 가장 취약한 아이가 혼자 있는 때를 노린 계획적이고 잔혹한 경위에 비춰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IMG_3242
또 피의자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을 때 정신과 전문의에 의한 정신감정을 바탕으로 만에 하나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감형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잔혹한 범행수법과 존속인 피해자, 계획적 살인 범행, 신체의 급소를 수십 차례 가해하는 행위 등은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양형에서 특별가중인자로 인정돼 심신미약의 특별감경인자를 상쇄해 판결은 가중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2019년 3월 충남 당진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화물차로 재차 들이받아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조현병의 심신미약을 주장해 대전고등법원에서 인용됐으나 동시에 잔혹한 범행방식과 인명 경시 태도에서 양형 특별가중돼 1심 징역 25년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강창조 변호사는 "계획적이면서 잔혹한 범행 방식은 형을 더욱 중하게 선고할 수 있는 가중인자인데 심신미약을 인정하더라도 감형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해 그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초등생 피습] 하늘이 친부 "아이 숨진 시청각실 뒤늦게 수색" 토로
  2. [대전 초등생 피습] 유족 "더는 같은 피해 없도록 방지책 마련해야"
  3. 대전교육청 "초등 사망 용의자는 40대 교사… 11일 오전 브리핑"
  4. 대전 초등학생 피습 용의자 자백… 경찰 40대 여교사 긴급 체포
  5. 세종시 '영 시니어 경찰'...꺾이지 않는 열정
  1. [대전 초등생 피습] "제 가진 것 내어주던 착한 손녀가…" 빈소 눈물바다
  2. [대전 초등생 피습] '교사가 학생을?' 지역사회 충격… 교원단체 "비극 되풀이 막아야" 대책 마련 촉구
  3. [대전 초등생 피습] "어떤 아이든 상관 없었다" 가해 여교사 진술
  4. 故김하늘 양 아버지 "같은 희생 더 없게 법과 제도 마련을"
  5. 김영식 NST 이사장 "공동관리아파트, 이장우 대전시장과 논의할 것"

헤드라인 뉴스


교육부 `하늘이법` 추진… 정신질환 등 교직수행 곤란한 교사 직권휴직 가능

교육부 '하늘이법' 추진… 정신질환 등 교직수행 곤란한 교사 직권휴직 가능

교육부가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직권휴직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한다. 질병휴직 이후 복직할 때 근무가 가능한지 검증을 강화하고, 폭력 등 특이증상을 보인 교원에 긴급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17개 시도 교육감들과 만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학생이 피살된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안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해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대전시 초등학생 사망 사건… 세종시에도 경종
대전시 초등학생 사망 사건… 세종시에도 경종

대전시 초등학생 사망 사건이 세종시 지역사회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는 교육계를 떠나 이미 지역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흐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 기관별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는 2022년 1월 묻지마에서 변경된 범죄 용어로, 대전 초등생 사건처럼 뚜렷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불특정인을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를 뜻한다. 2023년 8월 국민적 충격을 몰고 온 서현역과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이 앞선 사례다. 다행히 세종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분석-28. 대전 서구 관저동 일대 세탁소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분석-28. 대전 서구 관저동 일대 세탁소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너의 아름다운 꿈이 하늘에서 빛나기를’ ‘너의 아름다운 꿈이 하늘에서 빛나기를’

  • 굳은 날씨에도 이어진 김하늘 양 추모 행렬 굳은 날씨에도 이어진 김하늘 양 추모 행렬

  • 분주한 제설작업과 출근 준비 분주한 제설작업과 출근 준비

  • ‘윷 나와라, 모 나와라’ ‘윷 나와라, 모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