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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초등학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방문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12일 대전 법조계에 따르면, 하늘이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과연 심신미약의 형법상 감경의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느냐 화두가 됐다. 법원은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의 감소가 현저하고 자기행위를 실질적으로 불법하다고 통찰할 수 있는 심리적 상태가 아니 상태이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심신장애가 문제 된 2014~2016년 사건 340건 중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건은 213건으로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 때문에 고 김하늘 양의 친부는 "아이를 해친 교사가 우울증의 심신미약을 주장해 법원에서 감경돼 사회에 그대로 나오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밝힌 피의자의 범행 수법을 봤을 때 계획된 범죄의 정황이 짙고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여길 여지는 많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살해 혐의를 받는 여교사는 사건 몇 시간 전 2㎞ 떨어진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학교로 돌아왔다. 범행 후에는 흉기를 다시 서랍에 숨겼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더욱이 돌봄교실 문을 나서 복도를 혼자 걷는 하늘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그 장소에서 범행을 벌였다. 하늘이를 찾아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이 교실을 하나씩 확인할 때 하늘이 할머니와 마주친 피의자는 "없어요, 몰라요"라고 부인하고, 이후 범행 장소의 출입문을 잠그는 방식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했다.
법원행정처가 2024년 2월 발간한 '양형인자로서의 심신미약 기준 및 관련 양형정책 연구'에서도 "증거인멸 시도나 발각을 피하려는 노력의 존재도 범행의 계획성과 같은 맥락에서 심신장애를 부정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법관을 역임한 법무법인 윈 이종오 변호사는 "하늘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범행을 했다는 경찰 공표 사실을 봤을 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약취유인살해)죄 적용도 검토될 사안"이라며 "흉기를 구매해 학교로 돌아와 가장 취약한 아이가 혼자 있는 때를 노린 계획적이고 잔혹한 경위에 비춰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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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충남 당진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화물차로 재차 들이받아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조현병의 심신미약을 주장해 대전고등법원에서 인용됐으나 동시에 잔혹한 범행방식과 인명 경시 태도에서 양형 특별가중돼 1심 징역 25년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강창조 변호사는 "계획적이면서 잔혹한 범행 방식은 형을 더욱 중하게 선고할 수 있는 가중인자인데 심신미약을 인정하더라도 감형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해 그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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