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8살 김하늘 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2일 시민이 편지와 꽃, 인형 등을 놓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살해된 고 김하늘(8)양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첫 날, 하늘은 하얀 눈을 울음처럼 쏟아냈다. 전날까지 파랗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창백한 하늘에선 무엇이 그리 원통했을지 꾸역꾸역 눈을 흘렸다. 눈은 그렇게 운동장을, 교문을 그리고 매일 집에 돌아가던 골목길을 덮었고 그 위에 아이를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자국이 선연히 남아 있었다.
12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하늘 양의 합동분향소에는 교문 입구부터 꽃과 편지로 길고 긴 행렬을 이뤘다. 시민들이 가슴에 품고 가져왔을 꽃과 쪽지, 인형이 학교 담장을 따라 놓였고, 하늘이가 즐거워했을 인형과 간식이 주인을 기다리듯 멈춰있었다. 담장에 설치된 여러 개의 우산은 필요할 때 지켜주지 못했다는 어른들의 뒤늦은 미안함 같았다.
추모용품을 주욱 둘러본 시민들은 애써 착잡한 마음을 달래고 분향소에 들어섰다.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로 보이는 조문객들은 준비된 메모지에 '너무 미안해', '천국에서 행복해' 등 하늘 양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한글자 두글자 꾹꾹 손편지를 써 벽면에 붙였다.
분향소엔 시민들이 가져온 족히 100여 개는 돼 보이는 국화꽃과 인형, 간식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은 8살 하늘이를 생각하며 미리 준비해놓은 간식을 함께 올렸다.
2025년 2월 12일 대전시 서구 초등학교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안내와 추모꽃. 사진=이은지 기자 |
경기도 광명에서 KTX를 타고 달려온 직장인 한성렬(31)씨와 조남희(32)씨도 숨 가쁘게 분향소에 들어섰다. 그들은 헌화대 앞에서 한참이나 묵념했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 살지만 슬픔을 나누고 싶어 같이 휴가를 내고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학교를 보니 가장 안전할 곳에서 고통을 당했을 하늘이가 더 생각나 너무 참담한 심정이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같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남학생 두 명은 수줍은 듯 그러면서 어른스럽게 국화꽃을 내려놨다. 그는 "후배 동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친구와 시간 맞춰 왔다"며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메모를 남겼다. 하늘 양의 추모 분향소는 학교 애도기간인 2월 14일까지 나흘간 운영된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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