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영 시니어 경찰'...꺾이지 않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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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영 시니어 경찰'...꺾이지 않는 열정

[특별 기고] 김정환 세종시 자치경찰위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 승인 2025-02-11 17:43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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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구대와 시니어 폴리스 모습. 사진=남부서 제공.
"세종시 '시니어 경찰(POLICE)' 발대와 함께 평생 '영 시니어'로 남겠습니다."

노기복력 지재천리(老驥伏 志在千里)란 말이 있다. 나이 든 준마의 마음은 여전히 천리를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열사모년 장심불이(烈士暮年 壯心不已)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청운의 뜻을 펼쳤던 그 열정이 나이 든 이후라도 변함이 없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맹덕이 50대에 오환 족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로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준 데서 유래가 있다.

제 나이 공부상으로 65세가 되는 2025년 2월 1일 오전 8시 59분. "김정환 님! 그동안 헌혈에 감사드리며, 이날부터 연령 초과로 헌혈 참여가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란 문자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로부터 받았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 제26조의 규정에 따라 자기만족을 위해 간간이 했던 헌혈에 제한 연령이 됐음을 체감했다. 더불어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받을 수 있는 바라지 않았던 1천만 명의 '경로우대' 대열에도 어쩔 수 없이 들어섰다. OECD와 우리 대법원에서 정한 생산 가능인구와 육체노동 인구에서 제외됨을 확인하는 속절없는 시간이자 서글픈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24년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1천만 명을 넘어 노령인구 비율 20%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에는 인구의 40% 이상이 65세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출생한 약 705만 명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라 법정 정년 연령인 60세로 은퇴했고, 이제 1964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954만 명이 작년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모두 은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0.33%,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매년 0.38%의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노인회에서는 2024년 10월 21일 노인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려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시키는 안을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 옛날 제 고향 세종시 전신인 연기군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아들 나이 열대여섯 살이 되면 아버지는 그동안 눈여겨봤던 소나무를 베어와 잘 다듬어서 아들 등치에 딱 맞는 튼튼한 지게를 만들어 줬다. 평생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른바 '상일꾼'으로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이 아들은 삼십 대 까지 25년 여 년 간 죽어라 모심고, 밭 갈고, 지게질하면서 흙과 싸우는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 불혹의 나이 마흔이 되면, 허리 다리가 끊어져라 아픈 모심기나 밭 메기에서 열외돼 논두렁에 편안히 앉아 '못줄을 띄우는 대우'를 받게 된다.

그러다 지천명 오십 나이가 되면, 모든 농사일에서 벗어나 수염을 기르고 장죽을 물고 손자를 어르면서 소일하다가 60을 지나 환갑잔치 상을 받고 생을 마감하는 일반적인 농사꾼의 일생을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시절이 바뀌어 과학의 발달과 의학의 힘으로 100세 '상수'를 맞는 노인이 9천 명을 넘기고 있으며, 간간이 알려오는 부고장을 보면 돌아가신 분들이 거의 90을 넘어까지 사시는 것을 보게 된다.

나이에 관해 한 교수는 50∼65세까지를 예비 시니어, 66∼80세를 영 시니어, 81세부터 올드 시니어라고 하면서, 건강이 유지되는 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발맞춰 세종에서는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와 세종경찰청 및 퇴직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우회와 세종종합복지관 등 관계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2월 3일부터 우선 10명의 퇴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시니어 경찰(POLICE)'를 발대했다.

노인 한 명은 도서관 하나라고 한다. 이 '시니어 경찰(POLICE)'들은 30여 년 이상 경찰에 재직하면서 150여 종의 112신고는 물론이고 각종 고소·고발·진정 등 온갖 수많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면서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규를 해석하는데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폭력사건 처리나 위험 현장 내 조치는 그 누구보다 신속, 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만능 해결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찰의 업무 특성상 경청과 인내가 미덕으로 승화된 현장에서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주고받은 삶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경찰 업무상 끊임없이 제기되는 수많은 민원사항에 대해서도 필요에 의해 각자 계발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특화된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어려운 민원을 슬기롭게 처리하는 등 경찰의 숭고한 목표인 시민의 안전과 편안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만큼, 사장시키기 정말 아까운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즉 이들은 한명, 한명이 경찰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각종 범죄예방과 청소년 선도 활동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한축을 담당하도록 한다면, 시민들은 더 안전한 시스템 안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서 언급한 노기복력 지재천리, 열사모년 장심불이. 지난 정년 퇴직과 동시에 '시니어 POLICE' 에 합류한 후배님은 이렇게 말한다.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시민의 안전을 위한 '영 시니어 POLICE '로 영원히 남겠다고". 이 땅의 시니어 경찰들에게 경의와 함께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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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인 김정환 전 서장이 지난해 출간한 삶의 지혜를 담은 책 '목민경찰 39+'. 사진=자치경찰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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