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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께 대전교육청 정문 옆 주차장 한 켠에 마련된 추모분향소 모습. 분향을 위해 교육청 직원, 지역 의원들이 모여있다. /사진= |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과 관련 교육청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초등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여교사가 사건 발생 전에도 동료 교사에 폭력을 행사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는데도 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전에선 2년 전에도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학교 내 강력 범죄가 되풀이 되면서 교육청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종합적인 학교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대전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하늘 양을 살해한 여교사 A 씨는 2024년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휴직이 예정돼 있었지만, 휴직 20일 만인 12월 30일 복직했다. A 씨는 휴직 전 2학년 담임을 맡은 바 있고 복직 후엔 교과 전담교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복직한 A 씨는 컴퓨터 작동이 지연된다며 기물을 파손했고, 사건 발생 나흘 전인 6일 오후 안부를 묻던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머리를 부여잡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학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했다.
사실을 인지한 학교관리자는 7일 서부교육청에 문제를 알렸고 이후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담당 장학사 2명이 현장지도에 나섰다. 학교를 찾은 담당 장학사는 A씨가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기에 학교 관리자와의 간접적 소통이 낫겠다고 판단해 A 씨와 대면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학교 측의 설명을 통해 문제를 확인한 후 교육활동 지속이 불가하다 보고 학생과 분리 조치와 병가만 권고했을 뿐 별다른 조치 없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교원의 질환에 대해 심의하는 위원회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전교육청은 2015년부터 교육감의 권한으로 당장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면직·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해 왔지만 2021년 이후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A씨가 교직 생활 중 단 1번만 휴직한 상태였고 심의위원회 개최가 빈번하면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또 복직 희망 때 교육활동 지속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고 휴직교사가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복직을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복귀시키도록 규정돼 있어 교육청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 교사가 이전에도 정신질환으로 여러 차례 병가를 사용했던 점에서 체계적 관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지역 학교에서 잇따라 참극이 발생하면서 학교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전교육청은 현재까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건 당일 오후 7시께 설동호 교육감은 사건을 보고받은 후 주요 교육청 관계자들을 소집해 자정 무렵까지 대책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조속한 대책 마련은 졸속으로 보일 수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2023년 8월 대덕구 한 고교 2층 교무실에서 40대 교사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를 휘두른 20대는 사건 직후 도주했지만 2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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