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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어떤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이 그 사람의 보수적 성격 또는 진보적 성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UC샌디에고 대학의 파울러와 슈라이버가 2008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인간의 뇌가 정교한 사회적 인지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간의 뇌가 진화했으므로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인간 생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이전의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적 요인이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장하였으며, 유권자 투표율과 도파민 수용체(DRD2)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최근까지 뇌파 검사나 fMRI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뇌와 정치적 성향과의 관계 연구가 지속하고 있다.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칸나이 교수와 동료들은 MRI 실험을 통해 자유주의(liberalism)가 전대상피질의 회백질 부피가 더 크고, 보수주의(conservatism)는 오른쪽 편도체의 부피가 더 크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스대 심리학과 페달라스 교수도 2024년 iScience에 기고한 논문에서 보수주의자들의 편도체가 더 크다는 것을 밝혔다. 편도체의 크기는 사람과 원숭이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보수적인가 진보적인지가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지역적 정치성향을 설명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지역적으로 다른 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태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탓이다. 연구자들은 쌍둥이 실험 등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성향이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하여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적 특성이 생물학적 특성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선천적 생물학적 특성이건 환경적 특성이건 보수나 진보적 특성을 주면 그 특성이 잘 바뀌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상황을 보면 두 집회 성향은 극단적 차이를 보이며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 이렇게 점점 첨예하게 굳어져 가는 갈등의 원인은 스마트폰에도 그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은 필수적인 이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수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쉴 틈 없이 배달되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스스로가 선택한 정보 또는 소위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를 선택하여 시청하고 있다. 이런 정보 취득을 지속하면서 우리의 뇌는 '쾌감 보상회로'를 작동하게 되고, 도파민이 분비된다. 분비된 도파민으로 인한 쾌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스마트폰 콘텐츠 시청을 통한 도파민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스마트폰 중독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사람들의 도파민 중독을 사업에 이용하고자 하는 경제적 노력을 도파민 경제라고 한다. 요즘같이 정치적 대결 구도가 극대화되면 정치적 이슈가 많이 소비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해지면서 보수와 진보적 성향은 도파민 중독에 의해 더욱 강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보수와 진보적 특성이 스마트폰에 의한 도파민 중독으로 더욱 강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걱정이다.
사족으로, 최근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우파와 좌파로 혼동하여 사용하곤 한다. 좌(左, left)와 우(右, right)는 사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랑스 혁명기에 프랑스 국민공회에서 의장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급진파가 앉았고 오른쪽에 온건파가 앉아 우파와 좌파가 나뉜 것뿐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우'나 '좌', 'right'나 'left'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원래의 뜻 이외에 다른 선입견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특정한 단어를 듣는 순간 그 단어에서 주는 다른 정보에 의해 원뜻이 다소 왜곡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 → '오른' → '옳은'이라는 이미지가 형 될 가능성이 있고, 'right'도 '옳은 것'이라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좌파들은 조금 억울한 면이 있겠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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