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딥시크가 촉발한 글로벌 AI 민주화 불길, 한국의 미래는?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딥시크가 촉발한 글로벌 AI 민주화 불길, 한국의 미래는?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2-06 17:15
  • 수정 2025-02-06 18:16
  • 신문게재 2025-02-0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206094803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2025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딥시크 바람이 거세다. 속도 면에서 2년 전 챗GPT 열풍을 능가하는 딥시크 광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딥시크-R1 모델은 오픈AI의 추론(reasoning) 모델인 o1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인다. 특히 오픈소스로 공개돼서 모델을 다운로드 받아 목적에 맞게 모델 크기와 성능을 커스터마이즈하고 상업적으로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AI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또한,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최첨단 반도체 자원이 필수적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알고리즘 효율화로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패권 경쟁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신호탄이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도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빅테크에 의해 봉인된 AI 민주화 판도라의 상자가 살짝 열린 것이다. 딥시크 개발에 엔비디아 저사양 AI칩 H800 2048대가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딥시크가 H100 5만 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도 있으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 계층적 동적 토큰 관리 기반 메모리 최적화, 양자화 기반 분산 학습 최적화, 다단계 지식 증류 기법 등 LLM 추론 모델 최적화를 위한 비밀 래시피가 공개됐다. 이는 AI 개발에서 최신 반도체 자원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알고리즘 혁신도 핵심적일 수 있음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딥시크가 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만이 아니다. 이 모델을 개발한 인력의 상당수가 중국 내에서 성장한 AI 엔지니어들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풍부한 AI 인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으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제한된 첨단 AI 컴퓨팅 인프라 환경에서도 알고리즘과 모델 효율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딥시크는 LLM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최상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딥시크 쇼크는 한국의 AI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AI 개발의 핵심 중의 하나인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자원 확보에서는 너무나 뒤처져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알고리즘 최적화와 모델 효율성 연구에 매진할 우수한 AI 엔지니어 양성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AI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 좌우한다. 우수한 AI 인재가 지속적으로 양성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AI 산업의 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은 반도체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적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최신 AI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H100 GPU 3만 개 규모의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딥시크 사태로 인해 글로벌 AI 경쟁은 더욱 가속화된다. 2027년 AI 3대 강국 진입이라는 탁상공론적인 목표가 아닌, 올해 당장 첨단 GPU 1만 개 규모 AI 인프라 확보·구축·서비스라는 실사구시 정책이 절실하다. 둘째, AI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 시급하다. 최근 일본의 사카나AI 스타트업 유치 사례처럼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적절한 인프라와 함께 AI 알고리즘 최적화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중국발 딥시크 출현은 2023년 2월 메타가 공개한 오픈소스 AI 모델 라마가 지핀 AI 기술 민주화 불씨에 기름 부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풍부한 AI 컴퓨팅 자원 하에 열정 있는 AI 엔지니어들이 모델 효율화 기술 개발에 뛰어든다면 한국에서도 제2의 딥시크가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2025년 새해 선물이다. 지금이야말로 새롭게 판이 짜지는 글로벌 AI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기회이자 위기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멈췄던 경찰 인사 진행되나…치안정감 승진 인사에 21일 승진시험 예정
  2. 서울 84㎡ 분양가의 1/8...세종시 무순위 청약 주목
  3. 교원 정원 4885명 감축 담긴 시행령안 입법예고… 교총 "절대 반대"
  4. [세상읽기]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5. [사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언제까지 미루나
  1. [사설] '라이즈' 사업 성패, 평가 공정성에 달려
  2. 도축장 화재 때 오염 육류 유통 업주 구속… 대전시 행정처분 검토
  3. 대전지역 사립대 등록금 줄인상 "재정 부담으로 불가피"
  4. 강준현 의원, 2025년 첫 의정보고...6차례 간담회 예고
  5. 불법체류자에 건설업 기초안전교육이수증 판매 일당 등 67명 검거

헤드라인 뉴스


대전 시내버스 보조금 부정수급  `민낯`  드러났다

대전 시내버스 보조금 부정수급 '민낯' 드러났다

중도일보의 단독 보도로 파문을 불러온 대전 시내버스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이 교통사고 횟수를 줄이는 수법으로 이 같은 행각을 벌인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들을 입건해 검찰로 넘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대전 시내버스 보조금 누수 여부 관리를 꼼꼼히 따져야 할 대전시의 관리 감독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일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시내버스 업체 2곳의 업무 담당자 2명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등'에 대한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대전교육청 옛 대동초 부지 `무용지물`… 개발제한구역 규제에 발목 잡혀 난항
대전교육청 옛 대동초 부지 '무용지물'… 개발제한구역 규제에 발목 잡혀 난항

대전교육청이 폐교재산인 옛 대동초 부지를 놓고 2년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의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법의 테두리에 갇혀 보수·수리도 제한돼 공실 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5일 오전 유성구 대동에 위치한 옛 대동초 부지를 방문해보니 학교 내부로 향하는 교문과 뒤편에 위치한 관사 모두 잠금장치로 굳게 잠겨 접근이 불가했다. 학교 정문 앞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와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고 뒷산 곳곳엔 묘지가 자리 잡고 있는 등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중에도 1층 높이의 학교 건물만 덩그..

경기침체 장기화에 국내 상장사들도 휘청... 5곳 중 1곳이 한계기업
경기침체 장기화에 국내 상장사들도 휘청... 5곳 중 1곳이 한계기업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내 상장사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이익만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세계 주요국(G5+한국) 상장사 한계기업 추이 비교분석 결과를 6일 발표했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의미하며, 이번 분석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G5 국가와 비교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9.5%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7.2%에서 12.3%포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공정선거’…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한 달 앞으로 ‘공정선거’…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한 달 앞으로

  • 한파에 폐렴 위험까지…마스크 쓴 시민들 한파에 폐렴 위험까지…마스크 쓴 시민들

  •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대전보건대학교 학위수여식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대전보건대학교 학위수여식

  •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용신제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용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