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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헌 변호사 |
유명 침대회사와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이벤트로 당첨확률이 거의 로또와 비견할 만한 꿈의 아르바이트다. 이런 꿈의 아르바이트는 아닐지라도 하는 일의 난이도에 비하여 시급이 높은 속칭 '꿀알바'가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를 함부로 승낙하였다가는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무료 항공권을 대가로 수하물을 가지고 나가 현지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아르바이트는 국제마약공급조직의 마약운반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 채용으로 텔레그램 등에 의하여 지시받은 일을 하고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관계기관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모집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어 사회 초년생 뿐 아니라 경험 많은 중년들도 종종 죄의 나락에 떨어진다.
구인구직 중개사이트에 구직을 위한 이력서를 게시하면 다른 지역 부동산중개회사 또는 법률사무소 직원을 사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는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를 대상으로 국내 아파트를 중개하는 회사인데, 서울에 있어 대전지역 아파트 단지 평형별 매매가, 전세가, 주변환경, 교통 등을 조사해 줄 알바생이 필요하다", "법률사무소인데 수임료나 서류를 받아 전달할 직원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코로나19를 핑계로 비대면 면접을 통해 채용한다고 그럴듯하게 말한다. 알바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해당 업체의 멋진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제법 괜찮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보이스피싱범이 요구하는 주민등록등본, 통장사본 등을 전송하고 알바를 승낙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처음에는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하여 전혀 불법적이지 않은 일을 지시하고 따박따박 알바비를 송금해 주면서 알바생의 경계심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린다. 약 1주일이 지나면 더 높은 알바비, 정규직 승진 등을 미끼로 또는 갑작스런 직원의 휴가 등 부득이한 사정을 들어 알바생에게 현금이나 수표의 수거와 전달을 부탁한다. 알바생은 이미 경계심이 무너져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라고 의심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회사의 업무처리라고 생각하며 성실히 현금을 수거한다. 이렇게 평범한사람이 보이스 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이 된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네이버 검색만으로 가능한 일을 돈을 주고 시킨다는 것도 이상하고, 요즘처럼 송금이 간편한 시절 인편으로 현금이나 수표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 불법적인 일일 것이므로 '나라면 이런 아르바이트 자리는 당연히 거절한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돈이 절실하여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는데 이런 전화가 오면 과연 의심할 수 있을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확증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은 구직자가 보이스 피싱임을 알지 못하도록 교묘한 방법으로 구직자를 속이고, 새로운 수법을 연구한다. 구직자가 속지 않으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올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보이스피싱 피해 언론보도, 각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 고객이나 국민들에게 하는 홍보로 모든 국민이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에 대하여 잘 안다는 전제에서 수사하고 재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하소연해도 받아들여지
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일에 비하여 많은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는 경우, 특히 비대면으로 채용하고 비대면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 제3자적 입장에서 깊이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세상에 나를 위한 꿀알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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