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트럼프주의라고 알려진 트럼피즘은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표어로부터 출발합니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MAGA는 먼저 블루칼라 백인을 주요 타깃으로 했습니다. 당신들에게 '잃어버린 세상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면서 트럼프 정책에 비판적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나 막말과 혐오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미국인들은 초강대국 시절의 미국에 대한 향수가 있고 중국의 급부상과 국제사회의 다극화에 따른 미국 위상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MAGA에 열광하였고 트럼피즘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미국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형사 기소가 된 뒤 그의 지지는 더 올라갔고, 기소 당일 4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이것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층이 결집했고 동정론이 확산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트럼프는 대선 전, 종종 "내가 대통령에 선출되지 않으면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될 것이다"라고 공공연히 주장한 바 있지요.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년)'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거기에 독재자 감별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민주주의 규범 거부, 둘째는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셋째는 폭력에 대한 조장과 용인, 넷째는 언론과 경쟁자의 기본권 억압 성향이었는데 저자들은 트럼프는 위 네 항목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를 독재자로 규정한 것이지요. 이렇게 학자들의 트럼프 비판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당당히 재선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존 페퍼 소장은 최근 국내 모 언론의 기고를 통해 트럼프는 국가의 근본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규범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매우 '무서운 사실'을 예견하였지요. 즉 "2028년 대선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헌법의 임기 제한 규정을 무시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해 집권을 연장하거나 자신이 지명한 후계자를 독재적으로 백악관에 들일 수 있다. 자신의 후계자가 패할 경우 '선거가 도난당했다'며 2021년 1월 6일의 폭동보다 훨씬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미 미국에서 사회적 유대감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조건이 훼손됐음을 가리키는 징후입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한 사람들은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호소에 호응했고, 트럼프를 대규모 부정선거의 희생자라고 믿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 불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트럼피즘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떻게 접목될지 관심거리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