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청 |
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성된 전북 벤처펀드는 8533억원에 달한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규모와 실행력을 겸비한 벤처펀드 투자로 지역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면서 "투자 기반의 경제 선순환은 기업경쟁력 강화와 지역소멸 위기를 완화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의 필수 조건은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벤처·창업 육성 정책으로 딥테크 벤처기업 등에 중점 투자하는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2024~2027) 조성과 벤처펀드 출자예산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문제는 투자 환경의 지역편차다. 정부의 투자 활성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방 투자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사 대다수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데다 벤처투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내 창업·벤처생태계의 활력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증권시장 상장) 등의 성공사례 도출이 절실하다.
때문에 전북자치도는 지역적 한계성을 뛰어넘어 벤처·창업생태계에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전북 혁신성공 벤처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기반으로 도내 벤처·창업기업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펀드 운용으로 선순환(출자 → 투자 → 회수 → 재출자) 구조의 벤처 투자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자치도는 벤처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재원과 기존 벤처펀드로부터 나오는 자금을 별도로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육성기금 투자계정'을 지난해 7월 신설하고 운영 중이다. 또 이를 뒷받침할 '펀드투자팀'을 구성해 벤처펀드 업무 전반을 직접 운영하며 정책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결성돼 운용 중인 전북 벤처펀드는 17개 펀드에 6428억원 규모다. 민선7기까지는 6개 펀드 2105억원 수준이었다. 현재까지 총 규모는 8533억원으로, 2년여 만에 4배 이상 벤처펀드 결성액이 증가했다. 단기간에 전국 상위권의 투자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전북 벤처펀드 운용사도 2년여 만에 6개사에서 31개사로 대폭 늘었다. 전북자치도는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북벤처펀드 운용사 컨소시엄' 구성을 지난 11월 마친 상태다.
25개 운용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3개 분야의 도내 유망기업에 대해 투자사들이 자금을 한데 모아 투자할 수 있는 협약체다.
올해에는 상반기에 2개 펀드, 300억원 이상 펀드를 결성하고, 하반기에 추가로 7개 2340억원 이상 결성할 계획이다. 전북자치도는 연내 총 2640억원 이상의 결성액을 목표로 26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매년 200억원 내외로 출자약정을 하는 지자체는 서울, 경기를 제외하면 시도 중에서는 전북이 유일하며, 이는 비수도권 시도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전북 벤처펀드의 지역 맞춤형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전북은행, 성일하이텍, 비나텍 등 지역의 선배기업 등을 포함한 민간의 출자를 유도하고,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전북 벤처펀드를 함께 조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2년도 채 되지 않아 시군이 100억원, 지역 선배기업이 98억원 등 모두 198억원이 모아졌다. 시군과 지역 기업의 협조를 받아 도비를 활용하지 않고도 모두 도내 기업에 투자될 수 있게 중개하고 있다.
특히 시군의 출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시군비를 도 기금으로 전입하는 규정(조례)을 반영하며, 전국 최초로 시군의 벤처펀드 출자를 도가 대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자치도는 세컨더리 펀드도 조성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컨더리 분야 출자는 전국 최초다. 이 펀드는 기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지분을 새로운 투자자가 인수하는 형태를 말하며,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만드는 지분매각 방식이다. 지역 초기투자사들의 투자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기회가 생긴 셈으로, 지역의 엔젤과 초기투자자들의 자금을 유동화해 초기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 벤처펀드 활용을 통한 지역 투자 생태계에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펀드 편성 성과를 살펴보면 '전북 혁신성공 벤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2%에 육박해 자금 회수에 고무적인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자펀드 청산수익률은 +43% 수준이다.
또 전북자치도 벤처펀드 투자를 받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4개사로 앞으로 벤처펀드 결성이 확대됨에 따라 IPO(기업공개), M&A 등 성공사례가 더 많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활성화로 인한 예비유니콘 출현도 눈에 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업, '정석케미칼'은 전북 벤처펀드 운용사가 30억원을 투자하며, 지난해만 총 220억원을 유치해 완주테크노밸리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지난 2월 포스코기술투자가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함에 따라 기업가치가 106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기업은 예비유니콘 단계에 들어서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벤처펀드 1조원 조성'을 위해 꾸준하게 예산을 투입하는 등 벤처 육성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지자체 최초로 산업은행'푸른개구리상'을 받기도 했다.
전주=이수준 기자 rbs-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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