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등천 준설작업이 잠시 멈춘 곳에서 발견된 눈동자개와 돌고기 그리고 밀어. (사진=임병안 기자) |
4일 낮 12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은 대전 유등천의 재해예방 준설 현장은 방금 전까지 강바닥을 긁어내던 굴착기가 잠시 멈춘 재 오후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굴착기 삽을 강바닥에 박아넣어 흙과 자갈을 퍼올리고 움푹 팬 강바닥은 그 옆에 흙을 밀어 넣어 평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굴착기 기사가 식사를 위해 준설을 잠시 중단한 곳을 관찰하니 흙탕물 속에서 검은 빛의 동자개 여러 마리가 발견됐다. 한반도 토종어류인 눈동자개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철 바위 밑으로 들어가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동면에 드는 습성을 지녔다. 또 물이 비교적 맑고 바닥에 자갈이나 모래가 깔려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밀어와 맑은 물이 완만하게 흐르는 곳에 사는 돌고기 역시 준설 장소에서 반대 방향으로 숨 가쁘게 빠져나갔다. 준설된 곳에 강바닥이 고속도로처럼 평평해져 돌고기는 사람들이 지나는 하천변으로 다가와 몸을 숨겼다. 이날 수침교부터 삼천교까지 준설 현장을 관찰하는 동안 다행히 어류 폐사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유등천 준설을 통해 강바닥은 평평하게 다지고 모래톱과 하중도를 걷어냈다. |
지역 환경단체는 더 나아가 3대 하천 중 갑천을 찾아오는 겨울 철새가 올해 유독 감소해 하천 준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024년 12월 14일과 지난 1월 25일 갑천에서 겨울철새를 관찰해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관찰되지 않았고, 지난해 12월에 비해 준설이 개시된 지난 1월 개체수와 종수 모두 급감했다고 밝혔다. 제방을 따라 이동하면서 쌍안경과 망원경을 활용해 갑천 대덕대교부터 금강합류점까지 13㎞를 조사해 1월 59종 2436개체의 서식을 확인했는데 한 달 전 63종 3876개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 겨울 철새 중 원앙, 알락오리, 쇠오리의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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