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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
워라밸은 단순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 직장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주 5일 근무제와 주 52시간제의 시행 이후,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 과거에는 밀레니엄 세대만((1980년대 초~2004년 출생자)의 화두로 여겨졌던 워라밸이 이제는 모든 세대의 중요한 가치로 확산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과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주었다. 많은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워라밸을 반영한 복지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 또한 가족 돌봄 근로시간 단축, 시차 출퇴근, 육아기 대체 인력 지원, 워라밸 장려금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워라밸 실현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매년 광역지자체별 일·생활 균형 정도를 조사해 발표하는 것은 워라밸이 단순히 개인적인 관심사를 넘어 국가 차원의 주요 이슈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인터뷰한 대규모 제약회사인 제조업체의 사례를 보면, 법정 의무 제도는 존재하지만, 자체적인 워라밸 지원이 미흡했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사무직 중심의 제도 활용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다른 전기·전자 제조업체 역시 법정제도와 자체적인 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었지만, 생산직 직원들의 활용률은 극히 낮았다. 이는 대규모 기업이라도 업종과 내부 문화에 따라 워라밸 지원 실태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도 실질적인 제도를 운영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짜임새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며, 워라밸의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수한 실례로, 부산의 친환경 정화 필터 제조업체는 2019년 창업 초기부터 주 4일 3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여 직원 만족도와 매출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 냈다. 서울 소재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는 자녀 양육을 위해 탄력근무제를 전 직원 유연근무로 확대하고, 아이들이 크면서 필요한 출산·입학 선물을 지원하여 높은 직원 만족과 육아휴직 복직률이 100%에 달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기업규모가 워라밸 만족도와 제도 활용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단순히 많은 혜택이나 대규모 지원에서 오지 않고, 자신의 필요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세심한 지원에서 나온다는 점을 시사한다.
워라밸은 더 이상 결혼 여부나 가족 구성에 국한되지 않고 혼자 사는 직장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자녀 양육이나 가족 돌봄의 영역을 넘어, 자기 개발, 여가, 운동, 대인관계 등 개인의 삶 전반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들에게 워라밸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또한, 기업 측면에서 직원의 일과 생활 균형은 업무 몰입도와 충성도로 이어지며 이는 기업 성과 향상에 긍정적인 영항을 미친다. 진정한 워라밸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반영한 맞춤형 제도를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될 때 이루어진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워라밸 우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더 많은 기업이 워라밸을 조직문화로 받아들이고, 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결국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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