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
충청권 4개 시·도는 금강을 끼고 있고 금강의 물을 마시고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금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충청인의 삶은 금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즉 금강을 대하는 모습 그 자체가 주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됩니다. 금강을 대하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관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충청권 광역단체장이 요구하는 금강 관련 주요 사업은 충북도의 청남대 주변 상수원보호구역 해지, 세종시의 세종보 물 채우기, 대전시장의 갑천 물놀이터 건설, 충남의 지천 댐 건설 등입니다. 이들 사업의 이유는 관광 활성화, 지역경제 살리기, 상권 살리기, 상수원 마련 등입니다. 모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을 뿐이지, 100년이나 200년 이후를 말해주지는 못합니다.
충청인 삶에 바탕인 금강은 우리의 손자 그리고 그 손자의 손자가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미래세대가 금강을 어떻게 사용하고 이용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금강의 미래를 현재의 우리가 결정할 터이니 미래세대는 그 결정을 따라달라고 할 권한이 있는가를 되묻게 됩니다.
일찍이 환경 윤리학자 K.S.Shrader Frechette는 인간의 환경 접근방식 중에 하나로 '구명선 윤리'를 제시했습니다. 구명선 윤리는 환경제약과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여 사회적 존속을 국민국가 단위에서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이 갖추어야 할 환경윤리로 한정된 자원을 인정하고 그 선상에서 기본생활을 하자는 것입니다. 흔히 자연을 미래세대에 빌려서 사용하는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빌려서 사용하는 현세대에게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는 없어 보입니다. 빌린 것이니 잘 사용하고 있는 그대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현재의 우리가 금강에서 하는 일이 미래 세대에게 빌린 상태로 돌려줄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망가뜨리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욕심만 있고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 멈춰야 합니다.
환경보전에 대한 문장을 찾다가 '인류 공동의 집인 생태계를 형제의 마음으로 돌보며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과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환경까지 저희가 충실히 보존하게 하소서'라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공동체 기도문을 생각했습니다. 이 내용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지도자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김일태는 자치단체의 역할을 '자연 자원의 총량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 잠재력을 평가함에 있어 현재의 자연 자원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그 지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총량의 범위 내에서 계획하고 실행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지방정부의 계획이 자원 총량에 근거하지 않아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현실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목민관인 광역시·도의 수장은 최소한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할 2050년 이후의 세대라도 공감할 수 있는 환경관점이 담긴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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