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 사기에 쓰인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모습. 업자가 제품 판매 가격과 수수료를 명시하고 있다. 팀원들은 '누구 맘' 등 닉네임을 쓰며 같은 알바생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바람잡이다. (사진=A씨 제공) |
A씨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팀원이라고 했던 이들이 전부 바람잡이였고, 업자는 자신의 사원증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입금액을 돌려주니 대출까지 받으라 할 정도였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은행 측이 범행 사용 계좌 정지가 안 된다고 해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2. 대전에 사는 30대 남성 B씨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낯선 이로부터 구매대행 아르바이트 권유 문자를 받고, 처음 몇 차례 구매대행에 응해 20만 원의 수수료를 벌었다. 이후부터 업자는 고액의 상품 주문 업무를 의뢰하며, 원금을 돌려주고 더 큰 수수료를 벌 수 있다며 구매대행을 더 할 것을 요구했다. 개중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주문 후 구매 후기를 작성하면, 원금과 수수료를 준다는 유혹도 있었다.
이처럼 제품 구매를 대행해주면 원금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속이는 신종사기가 유행하면서 대전에서도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이 신종사기는 3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대전에서도 2~3개월에 한 번꼴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전국 구매대행 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 회원 수만 해도 1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수법은 모두 비대면 알바 형식이다. 해외 쇼핑몰 등 온라인쇼핑몰로 가장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시킨 뒤 업체에서 배정해준 전자기기 등 상품을 대신 구매하게 하고, 이후 물류 회사에 제품을 보내 배송 접수를 하는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초기에는 업주가 지급하는 쇼핑몰 포인트 점수로 주문 대행을 하면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지만, 이후 업체 측이 상품 판매금액 입금을 유도하며 전체 원금 보장과 판매금의 10~40%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다. 1만 원에서 10만 원대의 소액으로 시작되는 업무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수백에서 수천만 원으로 확대된다. 구매대행에 돈 부담을 느끼는 피해자에게는 판매금을 모두 돌려주니 대출을 받을 것을 권유한다. 특히, '팀 미션'이라는 명목으로 중간에 한 명이라도 그만두면 적립한 수수료를 모두가 받지 못한다며, 사전에 약속된 12차례 모두 참여하라고 압박한다. 같은 알바생이라고 속인 바람잡이들이 참여를 호소하기까지 한다.
이에 신종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처럼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은행 측이 곧바로 범행 사용 계좌를 정지하지 않아 피해 회복이 어렵고, 경찰의 수사 의지도 미약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처럼 신종사기도 범행 계좌 중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수백만 원 이상의 입금을 하면 은행에서 곧바로 상대 통장에서 송금하는 것이 아닌 시간 차를 두고 송금할 수 있도록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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