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신원사 방향으로 고려 때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계룡산성이 방치되면서 700여 년의 중요 역사자료가 훼손되고 있다. (사진=중도일보DB) |
2일 본보 취재결과 계룡산 해발 800m 정상에 사람 손으로 쌓은 총연장 4.8㎞ 석축 산성이 발견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0년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등록을 추진했으나 최근까지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계룡산성은 13세기 몽골군이 공주를 지나 논산을 거쳐 전라도로 진출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공주와 논산 지역에 거주하는 양민들이 대피하기 위해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말을 타며 광야를 달리던 몽골군이 쉽게 함락하지 못하도록 험준한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높이 5m 남짓의 석축을 연결해 마름모꼴의 성곽을 쌓았다. 해발 830m의 쌀개봉과 천황봉부터 해발 425m 산 중턱까지 5km에 달하는 계룡산성은 몽골군 침략에서 충청도 방어와 백성보호의 핵심이며, 전라도의 관문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4년 계룡산성 존재가 처음 알려지고 2017년 지표조사가 이뤄져 그나마 산성의 규모와 축성 시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의 비지정문화재 발굴조사 계획이 한 차례 무산된 이후 계룡산성은 지금까지 기념물이나 문화재로 등록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호준 국원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이 '지방사와지방문화' 학술지에 2022년 '공주 계룡산성의 현황과 축성사적 가치' 보고서를 게재한 게 가장 최근 연구다. 김호준 연구원은 계룡산성을 탐사한 보고서에서 둘레 약 3.9㎞의 외성과 그 안에 546m의 내성을 쌓은 복합식 성곽으로 충남 여러 산성 중 가장 높은 곳에 큰 규모라고 밝혔다. 또 내성과 외성은 같은 시기에 축조한 게 아니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외성은 고려 대몽항쟁기 입보용 성곽과 같으나, 내성은 조선시대에 축조된 성벽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1231년부터 1270년까지 몽고군의 6차 침략 외에도 1290년 합단(카단) 침입과 격퇴 그리고 1380년 7월 왜구 침입과 대응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룡산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성된 충북 괴산 미륵산성은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강원도 원주 영원산성은 유적으로 복원 관리되고 있으며 인제 한계산성 역시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2019년 국가지정유산인 사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김호준 국원문화재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계룡산방호별감'이라고 쓰인 기와가 산성에서 발견됐는데 몽골군을 대적할 목적으로 파견한 방호별감의 실체를 밝혀준 최고의 고고학 자료"라며 "(산성은)지금도 붕괴가 이뤄지고 있고, 성의 축성시기를 밝힐 수 있는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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