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대전시 복지국장 |
입춘인 이날은 다섯 번째 맞이하는 "한국 수어의 날"이기도 하다.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는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농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정부는 '한국수화언어법'제정을 통해 2월 3일을 한국 수어의 날로 정하고, 그 날이 낀 한 주간을 "수어주간"으로 지정해 전 국민의 수어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제 5회를 맞이하는 한국수어의 날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다섯 살의 아이처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 수어는 농인의 언어로써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전시민이 먼저 수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포용할 때 농인과 청인이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가 지향하는 일류복지도시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이다. 2024년말 기준으로 대전시에 등록 된 청각?언어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7만1344명 중 1만673명으로 15%를 차지한다. 우리시는 언어 다양성 확대와 포용적 언어 환경 조성을 위해 수어통역 전담 공무원을 채용하여 공공 행사, 시정 브리핑 등에 수어통역을 실시하여 농인에게 시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수어통역센터와 손소리복지관 운영 지원을 통해 농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꿀잼 도시 대전'을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우리시의 대표적인 '0시 축제' 종합안내소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여 대전시민의 일원인 농인들이 한국수어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소통에 불편함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충남대학교병원, 한국농아인협회, 이큐포올과 함께 양방향 의료 수어통역 기술을 개발하여 구현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키오스크를 통한 문진 시스템으로, 수어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 농인들에게 의료 분야는 수어 통역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라고 생각한다.
우리시 역시 훨씬 앞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수어 동작 인식 기술이 적용된 민원 안내 시스템 "누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누리뷰는 대전 기업 ㈜멀틱스에서 개발한 민원 안내시스템으로 시청 입구와 민원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청역, 대전역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시·청각 장애인이 음성 또는 수어로 민원정보를 문의하면 사용자의 유형에 맞추어 음성 또는 수어 영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화면을 직접 터치하여 장애 유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양방향 수어통역 기술 키오스크가 명실상부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혁신으로 보다 많은 농인들이 수어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국수어의 날'은 이러한 농인의 언어 권리를 보장하며 한국수어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한국수어의 가치를 되새기고 농인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소통의 도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연대를 상징하는 귀중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수어의 미래를 대전시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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