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직실무원들이 숙직실을 근무지이자 휴게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사진=오현민 기자 |
25일 오전, 대전의 한 중학교 당직실무원 A씨는 근무 여건상 명절 연휴에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34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퇴직 후 지난해 9월부터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처우에 혀를 내둘렀다.
당직실무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정당한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근무지 환경, 근무형태에 대한 불만도 속출하면서 처우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날 방문한 학교 당직실 역시 열악한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 전체를 감시하는 CCTV부터 화재 경보기, 외부인 출입 감지 센서 등 상시 가동되는 장비들 외에는 책상, 의자, 간이 침대가 전부였다. 당직실무원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 기간에도 휴일 근무 체제와 다름없이 24시간 동안 홀로 학교를 지키는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명절 기간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학교를 개방하면서 당직실무원의 촉각은 더욱 곤두서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외부차량을 안내하기 위해 여러 번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학교 당직실무원들은 텅 빈 학교에서 외롭게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휴일 수당이나 야간 수당 등 추가로 지급되는 보상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당직실무원의 근무 형태는 감시단속적 근무로 분류돼 평일 16시간을 학교에 머무르지만 근로인정 시간은 7시간, 주말은 24시간 중 14.5시간의 임금만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가 지정한 최저시급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임금을 책정해 월 평균 13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과 낮은 임금 문제는 명절 기간에 더욱 와닿는다며 근로시간 인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감시단속적 근로자라는 특수한 조항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당직실무원은 을 중에 을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은 24시간 근무 중 14.5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서 휴게시간엔 자유롭게 원하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안내했지만 A씨는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휴게시간에 집에서 쉬더라도 외부인 출입, 화재 경보기 등이 울리면 조치를 취하러 올 수밖에 없다"며 "화재경보기 오작동도 잦기 때문에 차라리 당직실에 머무는 게 나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당직실무원들은 대전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근로인정시간 확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직실무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놓고 교육청 자체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당직실무원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특수운영직군으로 55~65세를 채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2~3년만에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A씨는 "61~63세에 투입되는 사람들은 일을 좀 할만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년 연장이 시급하다"며 "당직 업무가 고강도 업무는 아니기 때문에 70세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