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평화의마을 아동복지센터 총무, 대동종합사회복지관장, 흰머리 순례자, 샨티학교 교장 할아버지, 제주 강정마을의 늙은전사였던 故 권술용 선생을 기리는 추모 문집이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술룡 샨티학교 교장 |
'권술용'이라는 한 개인을 추모하는 소박한 글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살아 낸 글쓴이들의 삶이 독자인 '나'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되새기며, 42인이 추억하는 '그 사람'을 만나 볼 수 있다.
권술용 추모 문집 발간위원회에 참여한 저자는 김조년, 도법, 바우 황대권, 김송전, 송용등, 문대골, 지덕호, 김원진, 유정인, 김명선, 박성제, 차진희, 이현수, 김미영, 송춘영, 최소자, 류호영, 권부남, 김봉구, 김성훈, 김현채, 배현덕, 서수미, 황우승, 김동원, 박용성, 송강호, 백진앙, 권미강, 나준식, 고권일, 최문희, 채수영, 김정현, 유태현, 김건, 유기량, 김하은, 최혜원, 문지현, 정호진, 김경일, 권요한, 권지성, 권지훈, 권지명, 김혜정, 방희선, 정영만, 김말순 씨 등이다.
김조년 전 한남대 교수는 발간사에서 “이 글들이 그와 함께 했던 것들, 또는 지금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 받은 혜택과 은혜를 조금이라도 고마워하면서 부끄럽지만 살짝 비추어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것으로 염려하지 마시고 편안히 쉬시지만 우리와 함께 하자는 제안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가 어떻게 살았기에 이 많은 친구가 그렇게 그리워할까 생각한다”며 “당신 칠순 때 내가 그를 조롱하듯 쓴 글을 그렇게나 좋아했다고 하기에, 또 전혀 바라지 않았던 그를 보내드리는 어설픈 조사를 여기 다시 실어서 그가 산, 엉뚱하나 탁월한 선각자의 삶을 회상해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혼자 맘속에만 두고 있을 수 없어서 권 선생이 가신 지 일곱해가 되어 그가 가시지 않고 그가 사랑하고 기대를 걸었던 친구들과 함께 살아 걷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소박하게 어설픈 글들을 모아 엮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권술룡 늙은 전사는 1940년 강원 삼척 정라항에서 어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에 평생의 스승 함석헌, 김복관 옹을 만나 천안 씨알농장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1987년 대전애육원(현 평화의 마을) 총무로 일하게 되면서 사회복지계(아동복지시설) 최초의 소식지인 평화의마을 화보를 발행했다. 1989년 평화의 마을 청소년 모험조국기행을 시작했고, 1997년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 대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에 취임했다. 2000년 대전지역노숙자 대책위원장, 지역통화운동 <한밭레츠> 대표, 2003년 대전중구자활후견기관 관장, 2004년 (사)함석헌 기념사업회 이사, 대전홈리스 지원센터 소장, (사)대전실업극복시민연대 ‘일어서는 사람들’ 회장을 역임했다. 2008년 대동종합복지관장 조기 퇴임 후 전국순례를 시작했다. 2009년 세계생태공동체순례단 대표로 인도, 네팔, 쿠바, 바이칼, 동유럽, 동남아 등을 인솔했다. ‘지구촌 인디고 청소년 여행학교’를 설립해 총 32팀 600여 명을 인솔했다. 국제NGO 생명누리 공동대표, (사)산티교육공동체 대표, 샨티학교 임시 교장을 역임했다. 2010년 생명평화결사 제주 100일 순례단장, 100년 순례, 100일 생명-평화순례단장, 제주 강정 활동 3년, 대법원 유죄 3건, 3주간 제주교도소 노역형, 3차례 대법원 유죄 판결, 강정 34억 배상급 전범단 경력이 있다. 2016년 11월 설암이 발병해 이 해 12월 샨티학교 교장을 퇴임했고, 2017년 5월 소천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