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DDT는 무색, 무취, 무미의 가루 형태로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여 경련을 일으키다 죽게 만드는 강력한 살충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말라리아를 비롯해 곤충에 의해 매개되는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람에게는 해가 없으면서도 값이 싼 장점으로 말미암아 기적의 물질로 찬사를 받았다. Paul Muller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DDT의 특징으로 지방과 잘 결합하면서 반감기가 최대 30년에 달한다는 오랜 지속성을 꼽는다. 쉽게 뿌려진 DDT는 토양에 쌓여있다가 토양생물에 전해지고 이를 먹은 조류나 동물에 축적되었다가 사람에 전달되고, 비를 타고 바다에 흩어졌다가 물고기에게 흡수된 다음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도 거쳤다. 이런 현상을 관찰해오던 미국 해양생물학자 Rachel Carson은 봄이 되었는데도 벌과 나비가 사라져 꽃이 열매를 매지 못하는 상황을 1962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DDT의 유해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이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켜 1960년대 대대적인 환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1972년 미국에서 DDT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산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나무의사' 제도가 만들어졌다.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나무병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등록해야만 하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국가 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해충이 따라 들어와 창궐하는 상황에서, 병든 나무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 제도가 정착되어야만 무분별한 농약사용 등의 폐해로부터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마찬가지 이유로 '식물의사' 제도도 동시에 추진됐다. 농작물의 병해충 문제에 대응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무분별한 농약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이유였다. 관행적으로 농약은 영농인이 농약 판매상의 권유나 주위로부터 정보를 물어 임의로 제조해 살포해 왔기 때문에, 빠른 효과를 기대해 남용하거나 관련 지식 부족으로 오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식물의사제 도입은 농가의 추가적인 비용 발생을 초래할 것임에 따라 농가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남용을 제한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농약 판매량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농약 생산자의 반대로 입법화는 이루지 못했다. 사실 나무의사 제도도 추진과정에서 식물의사와 같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농작물보다 이해관계가 덜한 나무만으로 국한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고 한다.
도달해야 할 이상과 욕심을 내려놓기 힘든 현실이 부딪혀 필요한 정책이 좌절되거나 더뎌지는 사례는 많이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걸림돌은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저개발국들에 집중되었다. 가문과 폭염, 태풍과 홍수로 매년 비극적 상황을 뉴스로 접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도 이제 남의 일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매년 플로리다를 휩쓰는 허리케인은 규모를 키워가고 있고, 근래 40년 동안 피해 중 가장 크다는 캘리포니아 산불은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DDT가 땅과 바다로 조류와 어류를 거쳐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듯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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