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사)국제피플투피플한국본부 부총재 |
건축비 상당액을 대전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지었건만 건축비 일부만 부담하고 야구장 사용권을 얻은 한화이글스 프로야구단 소속 한화그룹사가 대전은 쏙 뺀 채 '한화생명 볼파크'로 명명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를 놓고 한화이글스 팬과 충청주민들은 광주와 대구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대전에선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급기야 이 문제는 지역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야당 출신 대전 구청장들은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을 겨냥한 듯 대전시의 안일한 행정에서 초래된 일이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연고 정체성을 무시한 한화의 배은망덕한 행태를 놓고 날선 비판이 거세다. 한화이글스의 성적이 십 수년을 하위권에서 맴돌아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와 '보살팬'이라는 비아냥 섞인 조롱을 들으면서도 열심히 응원해 준 지역 팬들을 깡그리 외면한 한화의 결정에 배신감과 상실감이 크게 느껴진 탓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연고기업과 애향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한화는 대표적인 충청 연고 기업이다. 한화그룹의 뿌리인 한국화약은 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친이 창업한 회사다. 창업자가 충남 천안 출신이어서 한화는 충청 연고기업으로 각인돼 있다. 한화도 이런 인연 때문에 천안에 북일고를 설립해 지역인재 육성에 앞장서 왔으며 천안북일고 야구부는 김태균 선수 등 많은 야구 인재를 배출해 왔다. 한화이글스 프로야구단의 전신인 빙그레이글스가 출범했을 때 연고지를 대전으로 택한 것도 그룹사의 이같은 인연 때문이었다.
한화는 지역 연고기업 자격으로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개발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대덕테크노밸리의 성공에서 축적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서산테크노밸리, 아산테크노밸리로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또 지역 백화점이었던 둔산동 동양백화점을 인수해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을 운영하자 대전시민들은 많은 이용으로 백화점 위상을 높여 줬다. 한화는 이렇게 대전과 충청에서 연고기업 역할을 수행했기에 이번 대전신축야구장 명칭에서 대전을 제외했다는 것에서 충격은 상당하다.
타지역 야구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기아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NC는 '창원NC파크', 신세계는 '인천SSG랜더스필드', KT는 '수원KT위즈파크'로 명명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은 '잠실종합운동장', '고척스카이돔', '부산사직야구장'으로 지역 지명이 들어가 있다. 타 구단들이 홈구장 네이밍에 지역명을 앞세우는 이유는 연고지에 더욱 뿌리 내리고 지역 팬들의 자긍심을 높여줘 구단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한화는 야구장 명칭은 물론이고 유니폼에서도 대전 이름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광주와 대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지역 사회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희안한 일이다. 개척자의 도시라는 대전은 아직도 주인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급기야 이장우 대전시장이 한화이글스 사장에게 연락해 대전 명칭 사용을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독 한화만 옆길로 새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같은 결정으로 뿔나 있는 대전시민과 충청민의 여론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한화그룹 직원들을 만나보면 충청 연고기업이라는 인식이 높지 않다. 기업 이익이 우선시되는 풍토로 인해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 같아 한화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몹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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