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석사 불상, 왜 647년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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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석사 불상, 왜 647년만인가?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5-01-21 16:43
  • 신문게재 2025-01-2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관세음보살 한 분을 조성하고 부석사에 봉안하여 길이 정성껏 봉양케 함이라"

1330년 2월에 고려국 서주 부석사에 관세음보살을 조성하는 이유를 밝힌 결연문의 일부이다. 길이 정성껏 봉양하겠다는 발원은 후일 지키지 못하다가 647년이 지나서 비로소 고향인 부석사에 봉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길이 봉양하지 못하고 100일만 예경한다는 점에서 후대는 송구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서산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부석사를 떠난 지 647년 만에 부석사에 봉안되어 5월 5일 부처님오신날까지 머문다. 그럼 왜 647년 만이라고 하는가? 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부석사불상봉안위는 2013년 3월 발족한 이래 부석사 불상이 왜 대마도로 갔는가에 대해 12차례 학술토론회 등을 했다. 그리고 6차례 대마도 등을 방문하여 '대마도의 문화재'. '대마의 미술', '대마의 자연과 문화' 등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 연구했다. 그 결과 일본 학계와 대마 향토사학자들도 '14세기 왜구'로 인해 고려가 심각한 침탈을 당했다는 점을 밝혔다. 침탈 횟수가 500여 회에 달한다는 발표도 있다. 왜구는 식량 조달을 위해 주로 수확기인 가을에 집중적으로 침탈했고 조운선(세금 운반선)을 노렸다. 이런 이유로 고려 조정은 점차 해상보다는 내륙 해안을 이용했고 왜구도 해상약탈에서 점차 내륙을 점거하면서 한 달간 주둔하기도 했다. 왜구의 침탈 목적은 정복이 아니라 약탈이다. 고려사 등의 기록에는 서산은 1350년 이후 5차례 침탈이 있었고 1378년 9월은 침탈 경로와 피해 상황 등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천수만을 통해 침입한 왜구는 초입에 있는 부석사를 침탈하고 인근의 풍전역(국영 숙식시설)을 거쳐 서산 관아까지 약탈했다. 2022년 10월 부석사불상봉안위는 역사학계 전문가들과 '고려말 왜구의 침탈과 부석사 불상 상관성 세미나'를 열어 불상의 약탈 시기를 이때로 특정했다.



이 점은 대마도에 '조선의 불상'이 87점이 있고 나가사키현과 사가현 등 서일본지역에 고려 불상, 불화, 범종, 청자 등 다량의 고려 유산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반출경로와 취득 경위 조사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수많은 유산 중에 부석사 불상이 결연문을 통해 제작 내력을 유일하게 밝혔다.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고려수월관음도(카가미신사 소장)과 최대 크기의 쇠북인 청동반자(강화 선원사 제작, 다구두혼신사 소장)도 왜구 약탈이 원인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14세기 왜구의 침탈은 고려국을 붕괴할 정도로 심각했다. 고려사 1357년 9월 26일 기록에 의하면 "왜구가 승천부의 흥천사에 침입해 충선왕과 계국대장공주의 초상화를 가지고 갔다." 고 했다. 흥천사는 고려 왕실의 원찰이다. 개성 왕실까지 침탈한 왜구로 인해 그 피해는 막대했다. 그러나 중세사 연구는 미진하다. 역사학계에서 고대사와 근현대사 연구보다 중세사 비중이 적다는 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많은 피해를 당한 충청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국보·중요문화재 113점 중에 고려의 유산이 75점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 중에 불화, 불상, 범종 등 불교 유산이 다수를 이룬다. 고려는 불교가 국가의 종교였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부석사 불상의 100일 친견 법회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역사, 학술, 문화적으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나아가 법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친견 법회 동안에 집단 지성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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