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교수 |
불공정한 선거 제도와 8년간 구축한 이기흥 회장의 굳건한 지지층, 후보 단일화 무산 등으로 이기흥 회장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었지만, 유 후보가 보기 좋게 당선됐다. 그러나, 유 당선자가 38표차로 당선이 되었어도 선거 후유증이 남아있다. 8년 동안 이기흥 회장이 구축한 지지층이 여전히 존재하며, 8년간 대한체육회장직을 수행하며 해결하지 않은 체육계의 문제와 관행들이 산적해 있다.
유 당선인이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는 염원으로 당선이 되었는데 막상 이런 세력들의 기득권을 눌러가며 변화와 혁신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육단체의 낡은 관행과 규정, 불합리한 선거제도, 정부와의 갈등 봉합, 무너진 학교체육과 전문체육의 정상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메가스포츠이벤트의 유치, 체육지도자들의 처우 개선 등 혁신 과제는 한 둘이 아니다.
유 당선인은 젊은 나이에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 평창동계올림픽기념재단 이사장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갖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장미란 차관,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세계 1인자가 되려면 어떤 교육제도가 있어야 하는지,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도 대한민국 체육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길 누구보다도 소망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유 당선인이 후보 시절 학교 체육의 위기 해결을 7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하며 "한국 체육의 뿌리는 학교 체육에 있다. 현장의 실상과 동떨어진 정책을 폐지하는 등 변화를 통해 학교 체육을 다시 활성화 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학력제 도입·합숙소 폐지, 현장과 동떨어진 학교 체육의 위기가 해결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학교체육을 비롯한 많은 체육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나라의 스포츠영웅인 하형주, 장미란, 유승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세계 속의 대한민국, K-스포츠"를 외치는 모습을 크게 기대해 본다.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고, 지방체육회를 살리고, 대한체육회 재정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문관광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수장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똘똘 뭉쳐 일하는 모습도 기대하고 싶다.
유 당선인은 선거 전 ▲지방체육회 및 종목 자립성 확보를 통한 동반 성장 ▲선수&지도자 케어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생활체육 전문화를 통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글로벌 중심 K-스포츠 ▲대한체육회 수익 플랫폼 구축을 통한 자생력 향상을 골자로 한 공약을 제시했고, 당선 직후인 15일 ▲심판 전문화 및 환경 개선을 추가한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과 만났다고 소개한 유 당선인은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주셨다.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체육인들이 우려가 많을텐데 해소하고, 한국 체육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쫄쫄이를 입고, 역도를 하고, 모자를 눌러 쓰고 브레이크 댄싱도 하고, 헬맷을 쓰고, 썰매도 타고, 비틀비틀 컬링도 하고 보디빌딩 포즈도 취합니다." 선거 운동 중 68개 종목 체험에 도전했던 열정과 패기의 유 당선인은 '지금은 변화와 개혁의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기의 대한민국, 절제절명의 시기에 유승민 태극호가 국민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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