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
APOE(Apolipoprotein E)는 체내의 콜레스테롤과 지질 수송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뇌에서 콜레스테롤 대사 및 지질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POE2, APOE3, APOE4의 3가지 주요 유전형이 존재하는데, APOE4 유전형은 정상군인 APOE3 유전형에 비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50% 이상의 비율로 발견되며, 특히 APOE4 유전자 동형접합체를 가지고 있으면 68세 이후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유발의 가장 강력한 유전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서양인의 경우 정상인 대비 14배 정도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 반면, 한국인은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가 29배 이상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한국인의 약 20%가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에서 중요한 위험인자임에도 발병 기전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뇌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과 유전자 편집기술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들이 결합하면서 인간 뇌의 유전자 변이를 모델링하고, 3D 뇌 모델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기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한층 더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 환자(APOE4 유전형)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자적 세포적 변화들을 유도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했으며, APOE4 유전자가 APOE4 별아교세포(astrocyte)에서 정상인 모델 대비 세포 내 과도한 콜레스테롤 축적, 미토콘드리아 산화적 스트레스에 의한 기능 저하 및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인 자가포식 과정이 억제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진행을 가속화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Cell Reports, 2023년). 이러한 결과들은 APOE4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상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질병의 복잡성으로 인해 단일 기전 타겟 치료의 한계 때문으로 본다. 특히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체의 과인산화, 산화 스트레스, 교세포 활성화 조절 등 여러 병리적 과정이 얽혀 있어, 하나의 기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한의계에서는 한약제제의 인지기능 개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약제제는 전통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다중 복합성분으로, 항염증, 항산화, 신경 보호,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혈액 순환 개선 등 여러 약리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어, 복합적인 발병 기전을 가진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러한 한의학적 접근은 과학기술과 융합해 APOE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에 대한 희망을 열어줄 것이다. 고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