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치매 치료, 한의학으로 새롭게 접근하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치매 치료, 한의학으로 새롭게 접근하다

고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1-16 17:03
  • 신문게재 2025-01-1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고영훈 한의학연 박사
고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중대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2년 901만 8000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7.5%를 차지하며, 2070년에는 약 1747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치매 환자의 급증을 초래하며, 의료 지출 비용의 상승, 환자의 고통 및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 돌봄 서비스 확장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매는 그 발병 원인만 해도 약 70가지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그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하는 주요 질환이다.

APOE(Apolipoprotein E)는 체내의 콜레스테롤과 지질 수송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뇌에서 콜레스테롤 대사 및 지질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POE2, APOE3, APOE4의 3가지 주요 유전형이 존재하는데, APOE4 유전형은 정상군인 APOE3 유전형에 비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50% 이상의 비율로 발견되며, 특히 APOE4 유전자 동형접합체를 가지고 있으면 68세 이후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유발의 가장 강력한 유전적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서양인의 경우 정상인 대비 14배 정도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가 증가한 반면, 한국인은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가 29배 이상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한국인의 약 20%가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에서 중요한 위험인자임에도 발병 기전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뇌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과 유전자 편집기술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들이 결합하면서 인간 뇌의 유전자 변이를 모델링하고, 3D 뇌 모델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기전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한층 더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 환자(APOE4 유전형)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자적 세포적 변화들을 유도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했으며, APOE4 유전자가 APOE4 별아교세포(astrocyte)에서 정상인 모델 대비 세포 내 과도한 콜레스테롤 축적, 미토콘드리아 산화적 스트레스에 의한 기능 저하 및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인 자가포식 과정이 억제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진행을 가속화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Cell Reports, 2023년). 이러한 결과들은 APOE4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상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질병의 복잡성으로 인해 단일 기전 타겟 치료의 한계 때문으로 본다. 특히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체의 과인산화, 산화 스트레스, 교세포 활성화 조절 등 여러 병리적 과정이 얽혀 있어, 하나의 기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한의계에서는 한약제제의 인지기능 개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약제제는 전통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다중 복합성분으로, 항염증, 항산화, 신경 보호,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혈액 순환 개선 등 여러 약리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어, 복합적인 발병 기전을 가진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러한 한의학적 접근은 과학기술과 융합해 APOE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에 대한 희망을 열어줄 것이다. 고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3.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4.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5.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1.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2.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3.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4.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5.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