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9강 박이살지(縛而殺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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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9강 박이살지(縛而殺之)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1-14 10:28
  • 수정 2025-01-14 10:3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09강 縛而殺之(박이살지) : 묶어서 그를 죽이면

글 자 : 縛(묶을 박) 而(말 이을 이) 殺(죽일 살) 之(그대)

출 처 : 羅貫中(나관중)의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

비 유 : 간악(奸惡)하면서도 무자비(無慈悲)한 인간을 비유



맹자(孟子)는 선(善)함을 갖춘 인간의 정도(程度)를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곧 선인(善人), 신인(信人), 미인(美人), 대인(大人), 성인(聖人), 신인(神人)이다.

여기에서 선(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선인(善人)이라 한다. 그리고 그 선(善)을 몸소 체득하여 알게 된 사람을 신인(信人)이라 한다.

여기서 맹자는 "선인(善人)에서 대인(大人)까지는 노력하면 되지만, 성인(聖人)과 신인(神人)은 저절로 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인격이나 선을 행하는 정도는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그 중 박이살지(縛而殺之)의 주인공이 되는 조조(曹操)의 이른바 간웅(奸雄)이라는 별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십을 얘기할 때 조조의 감성(感性) 리더십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실제로 냉혹(冷酷), 무자비(無慈悲), 간사(奸邪)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지에서 악역(惡役)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이 있다. 바로 동탁(董卓)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즉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황제(皇帝)를 폐위(廢位)시킨 후 그 자리에 9살짜리 어린아이를 앉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제 정권을 잡은 그는 당시 최고의 부귀를 누리는 한편 양민(良民)을 무고하게 학살(虐殺)하는 등 공포정치(恐怖政治)를 즐겼다.

이에 조정대신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갈 수밖에 없었다. 동탁의 성격이 워낙 포학(暴虐)하다 보니 어느 누구도 그에게 바른 말을 하지 못했다. 동탁의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조(曹操)였다.

조조는 이런 동탁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따라서 충신인 사도 왕윤(王允)과 모의하고 동탁의 방에 접근하여 칼을 겨누며 동탁의 목을 베려던 순간, 동탁의 거울에 비친 칼을 빼든 조조 자신의 모습을 동탁이 먼저 보았으므로 암살은 허사가 된다.

암살에 실패한 조조는 도망가던 중 날이 어두워졌다. 함께 가던 진궁(陳宮)이 허난성(河南省)에 있는 조조 아버지의 친구인 여백사(呂伯奢)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자고 제의한다. 여백사는 조조 부친의 의형제였다. 그러니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분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을 맞은 여백사는 조조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고"술을 사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하고 술을 사러 이웃 마을까지 갔다.

한편 조조는 피곤하여 잠깐 잠이 들었다가 어렴풋이 떠드는 소리에 깨어 귀 기울여 들어보니 칼 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자신들을 헤치려고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묶어 놓은 다음에 그를 죽이는 게 어때?(縛而殺之 何如/ 박이살지 하여)"

조조는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먼저 손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에 진궁과 함께 집안에 있던 사람들 8명 모두를 죽였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간 그는 깜짝 놀랐다. 돼지 한 마리가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돼지를 잡아 조조와 진궁을 대접하려 했던 것이었다.

모두를 죽이고 난 조조는 황급히 여백사의 집을 빠져 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후 술을 사오던 여백사와 길에서 맞닥뜨렸다. 조조는 여백사가 관청(官廳)에 밀고(密告)하러 간 것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번개같이 칼을 빼서 여백사의 목을 베었다.

이런 조조의 냉혹한 성격과 무자비한 행동을 일삼는 것을 보고 진궁은 진저리를 치면서 조조와 헤어지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 서로의 길을 가게 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삼국지 소설은 조조의 인간성을 간웅(奸雄)으로 일관하여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하여 상관도 친구도 없다. 곧 충성심도 의리도 없는 그야말로 냉혈한 인간으로 그려져 지금까지도 우리들 기억에는 존경의 대상이 아닌 악인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다.

필자 생각에 인간의 부류 중에 강도(强盜)보다 더 나쁜 사람이 협잡(挾雜)꾼이 아닌가 싶다. 협잡꾼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사람'을 말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금융사기나 보이스피싱, 불법 다단계 등을 통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남을 속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다면 법도 질서도 양심도 없는 냉혈인간들이다. 선량한 사람들의 평생을 망쳐놓는 악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협잡의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끔찍한 협잡꾼의 집단이 국민의 평생을 망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다. 헌정 역사에 없는 생각지도 못할 엄청난 협잡으로 국민들의 평생을 망가뜨리고, 과거 역사를 바로 세운 선배들의 업적까지도 갉아 먹고 있다.

국민들 입에서 "이게 나라인가?" 하는 한탄의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높아지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을 위함'이라는 포장된 표현으로 협잡의 사기(詐欺)농도를 점점 더 가중시키고 있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인류 최대 스승인 공자가 정치적으로 가장 존경하고 흠모한 사람은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다. 문왕이 강태공(姜太公)에게 백성을 사랑하는 방법을 물은 즉 "利而勿害(이이물해), 成而勿敗(성이물패), 生而勿殺(생이물살), 與而勿奪(여이물탈), 樂而勿苦(낙이물고), 喜而勿怒(희이물노) / 이롭게 하고 해롭게 하지 말라, 이루게 하고 실패하게 하지 말라, 살게 하고 죽게 하지 말라, 주어야 하고 뺏지 말라, 즐겁게 해주고 괴롭게 하지 말라, 기쁘게 하고 성내게 하지 말라." 육도삼략(六韜三略)에 기록된 내용이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이 중 반만이라도 하고자 노력했으면 나라는 평온할 텐데…….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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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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