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탄핵 정국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탄핵 정국에 대한 단상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5-01-14 10:12
  • 수정 2025-01-14 16:53
  • 신문게재 2025-01-15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헌법위반을 이유로 탄핵 소추를 의결한 이후 탄핵 정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부수반의 직무를 수행하는 탄핵 정국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겪은 바가 있어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탄핵 정국은 필연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퇴진 문제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갈등과 사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과정이 헌정체제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임을 감안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situations where you have to pay)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정치 상황인 탄핵 정국의 장기화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대외적 도전들과 산적한 대내적 난제들을 헤쳐 나가는 데 커다란 난관과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루빨리 탄핵 사태가 종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탄핵 정국의 발단은 윤 대통령의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에서 비롯되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법적 성격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헌법 제65조 ①)한 행위와 "내란"(형법 제87조) 행위로 규정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을 나름대로 운영하려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다양한 정치 행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이번 비상계엄은 정치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것은 가감 없이 쿠데타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쿠데타라는 용어는 1799년 프랑스 제1공화국 하에서 이집트 원정 군사령관인 나폴레옹이 의회제 정부를 무력으로 붕괴시키고 독재체제를 수립했던 '브뤼메르(Brumaire, 프랑스 혁명력에서 11월인 안개 달) 18일' 반란에서 유래한다. 즉 쿠데타란 무력을 동원해 국가(Etat)를 치는(coup) 행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쿠데타는 '군사반란형 쿠데타'(military coup d'Etat)와 '친위 쿠데타'(self-coup)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군부가 불법적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벌이는 반란으로, 우리 정치사에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와 1979년 12·12 군사반란, 그리고 1980년 5·17 내란이 이에 해당한다. 후자는 정부 수반이 위헌적으로 정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권한을 행사하거나 의회를 해산시키는 정변으로, 1952년 부산정치파동과 1972년 10월유신이 대표적이다. 이번 윤대통령에 의한 쿠데타는 비교적 성공 가능성 높은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였지만, 과거의 사례들과 달리 공화주의를 사수하겠다는 국회의 단호한 결기, 헌정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국민들의 확고한 신념,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대다수 쿠데타 가담자들의 양식 등에 의해 무위로 끝났다.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쿠데타 시도는 권력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 개인의 망상과 무모함에서 비롯된 정치적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면면한 역사와 전통에 비춰보면,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한 정치적 만행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현재의 탄핵 국면에서는 거룩한 분노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고 지당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원과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반면교사로 성찰하는 일은 분노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비정상적인 정치 현상이 발생하는 데에는 행위 주체의 개성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구조 및 제도의 제약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의 개인적 요인으로는 낮은 국정 지지도에 대한 겸허함 대신에 억울함, 사랑하는 부인에게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 거대 야당을 한 줌의 세력으로 폄하 하려는 인지 부조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차별과 혐오의 정치문화, 적대와 배제의 정치제도, 정치 리더십이 전혀 디스플린(discipline)되지 못한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치메커니즘 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마도 조만간에 탄핵 정국이 끝나면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이다. 부디 다가올 대선이 진실, 용기, 관용, 통찰이라는 정치적 미덕을 지닌 인물과 미숙, 폭압, 탐욕, 교만이라는 정치적 악덕을 지닌 사람을 제대로 판별하는 전기(轉機)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