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8-세계적인 알밤의 메카 공주. 그 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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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58-세계적인 알밤의 메카 공주. 그 맛의 향연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1-13 17:04
  • 신문게재 2025-01-14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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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사진= 김영복 연구가)
구수한 군밤 냄새가 그리운 겨울철이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집안에 움츠리고 있는 것도 결코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따뜻하게 옷을 입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듯싶다.이번 주 16일부터 다음주 20일까지 5일간 공주 비단강변[錦江邊]에서 '2025대한민국 밤산업 박람회'가 펼쳐진다. 특히 박람회와 함께 펼져지는 '제8회 겨울공주 군밤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더해진다.

강변에서 대형 화로에 불을 피우고 둘러서서 군밤을 구우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면서 추위를 녹여 준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따끈하고 달달한 군밤 한 봉지씩 손에 들고 한 알씩 먹으면 몸과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군밤의 추억은 도시민들뿐만 아니라 공주 산촌(山村) 사람들에게는 더 깊다. 공주 산촌에는 어느 집 가릴 것 없이 밤나무 몇 그루는 심어 두기도 하고, 야트막한 산골에는 산밤들이 땅에 떨어져 밤톨을 주으러 다니기도 했다.



밤은 집안 행사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과일이었고, 농가의 부수입원이었다. 제사와 명절 등에 사용하려고 남겨 놓은 밤은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 방을 따뜻하게 하거나 쇠죽을 끓이기 위해 장작불을 지필 때 간식으로 구워 먹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밤생산지다. 그렇지만'공주밤'은 전국은 물론 가히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밤[栗子]은 충청남도 공주, 부여, 청양, 논산, 경상남도 산청·하동·함양, 전라남도 광양·보성 등이 주요 산지라 할 수가 있다.

이 중에서 공주는 연간 1만 440t 이상으으로 국내 생산의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밤의메카라 할 정도이며, 지자체의 고유명사가 들어간'공주밤'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진 밤은없다.

가히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공주밤'은 '밤' 하면 공주, 공주 하면 밤이 연상될 정도다.

밤은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북부아프리카 등이 원산지로서 한국밤·일본밤·중국밤·미국밤·유럽밤 등이 있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재래종 가운데 우량종과 일본 밤을 개량한 품종이다.

주로 8월 하순∼10월 중순에 수확하는 한국밤은 서양밤에 비해 육질이 좋고 단맛이 강해서 우수한 종으로 꼽힌다. 주로 중·남부지방에서 생산하며 연간 생산량은 약 10만t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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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사진= 김영복 연구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공주목(公州牧)편에공주 지역의 땅에서 나는 작물 '토의(土宜)'에 밤나무가 나온다.

특히 공주밤 중에도 정안밤이 특화되어 있는데, 정안밤은 이미 조선 후기 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가 남긴 백과사전『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예규지(倪圭志)」 팔역장시 호서 공주 편에는 "공주 정안면에는 5일장, 10일장이 서고, 쌀.콩.보리.수수 등과 함께 밤이 많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공주에 밤나무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밤을 생산하여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졌지만 공주에서의 밤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오로지 공주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1960년대 단맛이 좋은 단택(丹澤)을 일본에 가져와 심기 시작했는데, 이 단택(丹澤)은 구우면 속 껍질이 잘 벗겨져 군밤용으로 잘 팔려 나갔다.

이 외에도 은기(銀寄), 축파(筑坡) 둥이 심어 졌고, 이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량된 품종을 심기도 했다. 이때 대표적인 품종이 옥광과 대보이다.

당시 유력 정치인들 까지 공주를 찾아 밤나무 식재를 하고 갈 정도 였다. '신민당의 유진산(柳珍山)당수는 김용태(金龍泰)공화당원내총무둥 충남(忠南)출신여야의원(議員) 11명과함께 5일충남도(忠南道)가 마련한 식목일(植木日)행사에 참석,공주군(公州郡)에서 밤나무를 심은후 이날 오후 금산 선영(錦山先塋)을 찾아 성묘(省墓)했다."고 나온다.「조선일보(朝鮮日報)」1973.04.06.

특히 공주밤의 주요 산지인 정안지역에서는 여러 품종 중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여 집중재배하고 품질개발을 해나갔다. 이 노력의 결과는 '공주밤' 그 중에서도 '정안밤'은 국내 밤 브랜드 중에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정안에서 생산되는 밤은 주로 단택, 축파, 옥광, 대보, 덕명 등이다.

그러나 이중에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은 옥광이다. 옥광은 중간 정도 크기지만 당도가 상당히 높고 단단하여 입안에서 부서지는 식감이 좋다. 옥광보다 맛은 약간 떨어지지만 크기가 큰 대보도 인기가 많다.

이날 닷새간 펼쳐지는 행사에는 공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밤은 물론 국내 밤 생산지인 충주, 합천 부여, 청양, 하동 등에서도 지자체관에 참여하여 그 지역에서 생산된 밤이나 밤을

주재료로 한 브랜드 소개 및 제품 전시·판매 한다고 하며, 글로벌네트위크관에는 일본 나가노현(長野 ながのけん) 가미타카이군(上高井郡) 오부세마치(小布施町)는 특산품으로는 밤이 유명하다. 이 마을에는 밤을 충분하게 사용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몽블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아, 카페에는 대기 줄이 생기기도 한다. 일본의 밤을 재료로 한 선물용 과자 구리카노코[栗かの子], 구리킨톤[栗きんとん] 밤 오코와[栗 おこわ]와 밤 도라야키[栗どらき), 밤 양갱[栗 羊羹]등이 유명한데, 양갱 중에서도 '떠먹는밤양갱'으로 유명한 오부세도(小布施堂) 제품이 오부세마치(小布施町)에서 핫한 제품으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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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 (사진= 김영복 연구가)
밤은 한자로 율자(栗子) 또는 율황(栗黃)이다. 밤나무는 율(栗), 밤나무 껍질은 율수피(栗樹皮). 밤나무 잎은 율엽(栗葉), 밤나무꽃은 율화(栗花), 밤나무 뿌리는 율수근(栗樹根)이다. 한편 생밤은 생률(生栗)이라고 하는데, 밤은 3겹의 껍질을 갖춘 식용열매로 겉열매껍질은 율각(栗殼), 안쪽 열매껍질은 율부(栗膚), 총포(總苞), 율모구(栗毛球)라고 하는데, 밤은 나무, 잎,열매, 뿌리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특히 말린 밤은 건율(乾栗)이라 하며, 군밤은 외율(栗·), 삶은 밤은 숙률(熟栗)이라 한다. 밤은 미국은 물론 이태리,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고, 밤을 이용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가까운 중국은 밤나무 분포지역이 넓다. 밤나무의 분포범위로는, 최북단은 요녕(遼寧)의 풍성(風城) 및 하북(河北)의 청룡(靑龍 : 北緯 40°30′)이고, 최남단은 해남도(海南島:北緯 18°30′)까지이다. 동쪽으로 섬서 및 감숙성의 태령(泰嶺)산맥에서 서쪽으로는 산동성의 준하(淮河)에 이르는 섬을 기준으로 북쪽은 북부 온대지역, 남쪽은 남부 아열대지역으로 구분되며, 온대 북부지역에는 유율(油栗)이 흔하고 유모율(油毛栗)은 아주 적다. 반면에 남부 아열대 지역에는 유모율(油毛栗)이 가장 흔하고 유율(油栗) 및 모율(毛栗)은 적지만 모율(毛栗) 보다는 유율(油栗)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북경(北京), 하북(河北), 산동(山東), 요녕(遼寧), 광서(廣西) 등지에서는 이미 일차적으로 신품종을 개발하여 보급 중에 있다.

한편 밤을 이용한 제품으로 빙리쯔(氷栗子)가 있는데, 빙리지는 삶은 밤을 꽁꽁 얼려 놓은것이다. 단단하게 얼린 만큼 삶은 밤 먹듯이 처음부터 깨물어 먹기는 힘들다. 입속에서 살살 굴리며 갉아먹거나 사탕 먹듯이 녹여 먹어야 하는데 이때 서늘한 냉기가 온몸에 퍼지면서 중국 북방의 뜨거운 기운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밤의 종류는 미국밤, 중국밤, 한국밤, 일본밤 등이 있다. 이중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의 가장 북쪽에 있는 메인주(State of Maine)에서 남으로는 플로리다주 (State of Florida)에 미국 밤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미국은 강한 품종개량 등으로 생산량이 증가하여 국내수요를 충족하고 수출까지도 도모할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밤을 저장을 하지 않는 관계로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맛의 신선함이 떨어지지 않으나 밤수확기인 겨울에만 유통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주요 밤 생산 및 가공국가인 이태리는 북부의 PIEMONTE지역과 중부의 LAZIO와 남부의 CAMPANIA, CALABRIA 지역을 중심으로 식용밤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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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부세마치 오부세도 '떡 먹는 양갱'. (사진= 김영복 연구가)
프랑스 주요 밤 생산지는 아르데슈(Ardeche), 바르(Var), 코르스(Corse), 도르도뉴(Dordogne), 및 로제르(Lozere) 등으로 프랑스 총생산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주로 프랑스 남부중앙고원(MASSIF CENTRAL) 주변에 인접해 있다.

새해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 남부의 과자로, 밤나무 글라세를 설탕시럽에 담가 만드는 마론 글라세 (Marron glace)가 있고, 튀르키예의 부르사 에는 케스타네셰케리 (kestane ekeri) 라는 유사한 밤 음식이 존재한다. 초콜릿 가나슈를 케이크 전체에 발라 덮어준 다음 마롱 글라세를 몇 개 얹어 장식한 갸토 오 마롱 에 오 쇼콜라(gateau auxmarrons et au chocolat)라는 밤을 이용한 초콜랫 케이크도 있다. '2025 대한민국 밤산업박람회'가 이처럼 밤 생산 및 밤을 이용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미국, 유럽 등 각나라들이 다양하게 참여시켜'국제밤산업박람 회'로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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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식당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행사를 구경하고 '집밥이 그립다'면 행사장에서 불과 700여 미터 떨어진 '백조식당'을 찾으면 된다. 백조식당은 공주시청에 근무하던 조병삼(87세)씨가 부인인 백귀만(74세)씨와 30여년 전에 밥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조식당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니 즉 백조(白鳥)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게 아니고 이 집 주인할머니 성(性)인 백(白)씨와 주인 할아버지 조(趙)씨를 합쳐 '백조식당'이라고 상호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병삼할아버지도 공주시청을 퇴직하고 둘째 딸 조미희(50세)와 함께 식당 운영에 동참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동안 이 집 음식 맛에 이끌려 지금은 단골들이 자주 찾는다. 노부부의 정성과 손맛이 깃든 이 집 음식 하나하나가 어릴 적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차려 주던 정갈하고 맛깔스런 밥상 그대로다. 공주에는 나름 맛집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이 집의 음식 맛을 당할 집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이 집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등어 조림 맛이 가히 예술이다

동태찌개 김치찌개 제육 청국장 두부두루치기 등 토속 음식 하나하나가 깊은 손맛이 있다. 공주에 들를 때마다 함께 한 대부분의 일행들은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백조식당가격도 몇 가지 단품요리 외에는 대부분 식사 메뉴가 8,000원으로 착한 가격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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