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혼란스러운 탄핵정국 와중에도 의료계를 향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의료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택우 의사협회장이 새로 선출돼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배경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 발표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줄일 수 있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가 원소속으로 복귀할 수 있게 수련 특례를 인정하고, 입대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사직 시 1년 내 복귀 제한을 풀어 수련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고, 수련을 마친 뒤 군의관·공중보건의로 입영할 수 있도록 해준 조치는 전공의들에게 복귀 명분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의정 갈등은 패자만 있는 소모적인 싸움이다. 의정 갈등이 초래한 의료공백으로 국민들은 누구라도 '응급실 뺑뺑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의정 갈등으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70%나 됐다. 의료계는 붕괴 위기에 놓인 필수의료와 지역 의료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한 소모적인 의정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의료 개혁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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