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상속법은 전통적으로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대다수 가구들이 이러한 혼인과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속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동거 커플이나 비혼자처럼 법적 가족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동거를 해온 사실혼 부부가 있는데 부부 중 일방이 사망을 했다고 하자.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다행히도 그 자녀가 상속인이 되지만 만일 자녀가 없다고 하면 망인의 부모가 상속인이 되고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재산을 남길 수 있을 뿐 상속을 해줄 수는 없다.
재혼 가정도 상속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재혼 후 전 배우자와의 자녀와 현재 배우자 간의 상속 분배 갈등이 대표적이다. 또, 재혼한 부부 사이에 자녀 없이 한 쪽이 사망한 경우에 그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결국 배우자의 전혼 자녀에게로 물려질 수도 있다. 남의 후손에게 자신의 재산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려면 재산 분배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유언장이 필요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상속 문제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 가족뿐 아니라 4촌 이내 친족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면 상속인이 없게 된다. 이때는 상속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고인이 남기는 재산이 고인의 희망이나 바램과는 달리 처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여 놓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까지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입양을 하는 경우에도 상속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된다. 입양된 자녀는 친자와 동일한 상속권을 가지게 된다. 양자, 친자 간의 갈등이 상속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재혼가정에서는 재혼 배우자의 전혼 자식을 입양하는 사례도 많은데, 상속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려면 사전 조정과 명확한 상속 계획이 필수적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한 상속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법률혼 부부만이 아니라 사실혼 부부에게도 상속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은 '리빙 트러스트'를 통해 유산을 원하는 방식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 나라에서도 사실혼 부부의 경우 판례나 법령의 개정으로 많은 권리를 승계할 수 있도록 점차 변화해 왔으나 아직까지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상속법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대 사회와 괴리가 크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반영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순위를 나누어 4촌까지를 상속인으로 인정하는 범위도 이제는 개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가 되어갈수록, 자녀를 적게 낳는 사회가 되어갈수록 상속에 관한 분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유언장 작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 분쟁을 피하려면 사전에 명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신탁을 설정하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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