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조정효 교수 |
특히 암세포는 스스로 신경 성장 인자(Nerve Growth Factor, NGF)와 같은 물질을 분비해 주변 신경을 유도하고, 이 신경들이 종양 세포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성장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신경 신호를 활용해 세포 증식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혈관 형성과 같은 과정을 통해 전이 환경을 최적화한다. 스트레스와 암의 상호작용은 또한 면역 체계의 조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IL-8 등)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면역 억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교감신경계를 통한 과도한 신경 자극은 T 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 세포)의 활성을 저하시켜 항암 면역 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암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체내 기혈(氣血)의 불균형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스트레스는 간기울결(肝氣鬱結)을 유발하며, 이는 기운의 흐름을 막고 체내 담음(痰飮)과 어혈(瘀血)의 형성을 촉진하게 된다. 담음과 어혈은 한의학적으로 종양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며, 이는 암의 발병과 진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조절하여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하고 체내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암 예방과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또한, 한의학적 접근에서는 심신의 조화(Harmonization of Mind and Body)가 핵심 치료 원칙으로 작용한다. 침구요법(Acupuncture)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입증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침 치료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 활동을 촉진하여 심리적 안정과 생리적 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한약 치료는 스트레스와 암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황기(黃기), 대조(大棗) 등의 약재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며, 당귀(當歸)와 단삼(丹蔘)은 혈류 개선과 어혈 제거에 효과적이다.
암 치료에서 스트레스 관리는 생물학적 접근과 아울러 심리적 접근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β-아드레날린 수용체 차단제와 같은 약물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명상, 요가, 마음챙김(Mindfulness) 등의 기법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암과 스트레스의 관계는 생물학적, 심리적, 그리고 전인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신경계와 종양의 상호작용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은 암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와 임상 적용은 이 두 가지 요인을 아우르는 통합적 치료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조정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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